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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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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한열문학상심사평 소설부문 - 하명희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9-04-12 15:12:25 조회 :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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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문학상 심사평

 

하명희(소설가)

 

이한열문학상 소설 부문은 전년보다 조금 더 많은 작품이 투고되었다. 물론 다른 문학상 공모와 비교하면 턱도 없이 적은 수의 응모이지만 소설의 소재는 사회문제를 고민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어 반가웠다. 청년들의 군대 이야기, 세월호 세대의 이야기, 장애인 안마센터, 제주 4 · 3 항쟁 이야기, 동성애, 철거 농성장 이야기 등 각각의 작품이 현실 문제를 고민한 흔적이 역역했다. 다만 이런 당대의 문제를 담으려면 현실을 전달하는 것 외에도 자신만의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 하며 문학은 그러한 현실의 창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은 아쉬움이 있었다. 최종 검토한 소설은 두 편이다.

박찬현의 「나는 그 딸기를 먹은 기억이 없다」는 군대에 입소 후 귀가조치를 받은 번호로 불린 사나이의 이야기이다. 소설은 부모를 업고 걷는 어부바길인 빨간 길로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작은 소동을 통해 택시의 내비게이션에 찍힌 파란 길을 따라 집으로 귀가하는 여정을 담았다. 소설은 그가 입소 후 쓴 병영일기와 군대에 적응할 수 없는 무능력한 내면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러나 소설 후반부 갑작스런 딸기의 등장과 그것을 먹은 기억이 없다는 전환은 이 소설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이야기하려는 바를 뒤집고 있다. 그것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앞서 이야기에서 전환의 조짐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찾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이주아의 「두리반에서」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주인공이 홍대 두리반 투쟁에 참여하며 1년 동안 보고 겪은 것들을 풀어낸 소설이다. 지방에서 올라와 고시원 생활을 하는 내가 한파에 몸을 숨기듯 두리반에 들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인테리어라고는 갈라진 벽과 냉랭한 바닥뿐인 그곳에 나와 다르지 않은 처지의 음악인들이 모이고, 음악을 따라 사람들이 모이면서 벌어지는 변화들, 투쟁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그곳에 모여든 사람들 하나하나의 감성이 어떻게 예술이 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물론 문장이 거칠고 시기적인 비약이 심해서 퇴고가 아쉬운 점이 있으나, 두리반에 모여든 사람들과 그 싸움의 힘으로 고시원 생활을 정리하고 대구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내장하고 있는 소설이다. 인간은 내면의 고민을 통해 변화하기도 하지만 현실과 부딪혀 변화하기도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1년 동안 두리반 싸움을 통해 현실의 모순을 몸으로 직접 받아 적은 존재로, 스스로를 변화시킨다.

현실 문제를 다룸에 있어 그 고민이 얼마나 진실한가, 투박하더라도 진실에 접근하려는 태도, 완성도는 떨어지더라도 과장되지 않고 진솔하게 서술한 작품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한열문학상에 응모한 다른 분들에게는 분투를, 당선작 「두리반에서」를 쓴 이주아 씨에게는 소설은 퇴고를 통해 문학적 성취를 얻을 수 있다는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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