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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문학상 수상작

2015년 이한열문학상 시부문 - 임현경, <직선위에서>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6-05-18 00:00:00 조회 :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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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 위에서

   

밤을 걸고 던지는 주사위

경우의 수는 여섯가지입니다

숨을 걸고 당기는 활사위

경우의 수는 두가지입니다

 

비교적 간명합니다 계산들은 말이죠 사이가 없으니까요 두가지의 세계로 나누어집니다 여섯가지의 세계가 거기에 있습니다 여기에는 말이죠 한가지의 세계만이 펼쳐집니다 흘러가고요 흘러옵니다 단 한가지의 세계 속에서 무한히 많은 경우의 수가 펼쳐지고요 흘러갑니다 사람들은 밤을 걸고 목숨을 거네요 단 한가지의 무한히 많은 경우에 말이죠 아 오늘도 버스를 탔어요 도착지는 정해져 있었지만 기사님은 알 수 없어요 5534번 버스 운전석 위에는‘오늘도 무사히’라는 표어가 붙어있습니다 그런 세계죠 이곳은

 

어제의 시내교통상황

사망 1

부상 88

 

팔팔 올림픽이 열리는 날 사람들은 어디에서 죽었을까요 어제 죽은 사람은 무엇을 걸고 걸었을까요 소비할 것이 없어 시간을 소비합니다 죽은 자들은 소비할 것이 없어 곡소리를 냅니다 죽은 자들이 돌아다니는 도로 오늘의 시내교통상황 단 하나의 세계에서 단 하나의 망자가 태어납니다 망자가 탄생하는 무한히 많은 경우의 수는 단 하나만의 세계를 창조합니다 그렇습니다 여기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사망 1 부상 88

 

최선의 세계에서 가능한 경우의 수 중 최선의 경우로 살아가는 점들입니다 입자들입니다 파동을 일으킵니다 나의 세계는 항상 일렁입니다

여기는 점들의 전장

점들의 군집

전장이자 연대

 

칙-칙- 여기는 아무 이상없다 오바

 

빈 마차를 끄는 사람은 우리의 다리를 조롱했어 뛰다시피 걸었어 어둠사이로 걷는 것은 무서웠거든 적막한 굴다리를 지나 얼음스케이트를 타러갔지 얼음 양동이에 담겨진 얼음스케이트 몇몇 곳은 깨어졌지 나는 피노키오신을 신고 싶어했는데 깨진 스케이트를 신고 달리다 보면 그곳은 국경이 불분명한 난국 잘못 열어버린 문 속에는 국적을 알 수 없는 시체가 들썩 권총을 쥔 사나이 앞에서 칼에 맞은 시체가 발에 채이고 나는 도망가 쫒아오는 사람이 없는데 나는 도망가 막다른 골목은 엘도라도 맞은편은 조세핀의 분수

 

내 아름다운 세계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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