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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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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한열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 심은영, <망각의 동물>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6-08-25 00:00:00 조회 :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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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동물

 

 

한 과학자가 올름을 연구했다.

그는 그것을 병 속에 집어넣고 잊어버렸다.

 

이 순간 나는 최대한 어둠.

잊었단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망각과 나란히

배고픔은 낡은 분노처럼 추했으므로.

 

동굴 속의 내 동굴은 오래도록 깊고 허했다.

오래 전부터 천천히

종유석과 석순들은 도망치는 중이었을 것이다.

나는 욕망을 둘로 부수고

더 큰 굶주림에게 작은 놈을 주었다.

혀는 미맹을 의심하며 입 밖으로 자라났으니

나는 이 좁은 동굴의 슬픈 혀였다.

 

공허를 견디다 못해

위는 삼키기 시작했다.

몸이 죽어가면서 내가 살아갔으니

삶과 죽음은 같은 입구를 가지고 있었고

목숨은 차라리 멸렬한 것이었다.

어느 쪽에든 자비를 빌었으나

고통은 애초에 죽음의 몫이 아니었으며

생은 오히려 무례한 것이었다.

 

맥박만이 쉬지 않고 어둠을 떼어냈다.

어둠은 규칙적으로 모호해졌다.

모호함은 다시 어둠을 낳았고

나는 어느 순간 허기조차 낳지 못했다.

 

이 순간 나는 최대한의 기억.

잊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생에서 멀어지고도

죽음에 닿지 못했으므로.

내 몫의 고통을 매단 채 죽음에게로 가고 싶었다.

 

한 과학자가 올름을 연구했다.

그는 그것을 병 속에 집어넣고 잊어버렸다.

12년 후 그는 맥주를 찾고 있었다.

냉장고에서 그는 다른 것을 발견해냈다.

놀랍게도 올름은 살아있었다.

해부해 보니 소화계가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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