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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이야기

고등학교 때 끼적거렸던 낙서에서부터 교련복까지 평범했던 청년 이한열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유물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1986년 메모 속의 단어들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6-10-28 00:00:00 조회 : 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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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단어들이 있어요.

서울, 학교, 도서관, 성진, UBF, mind, PAGODA, 광주, 술, 강. 이한열의 1986년 여름을 상징하는 단어들. 명확한 단어들 사이로 섞여든 불명확한 단어들, 그들 그대로, 잘 걷고 있다가 갑자기 비틀거리게 되는 그와 여느 청춘의 삶을 압축하지요.

 

 천천히 읽어보면, 강가에서 흐르는 바람을 바라보던 그, 공기 탁한 도서관에서 하품하던 그, PAGODA를 빼먹을까 말까로 갈등했던 그, mind하다 자주 술을 떠올리던 그, 누나에게 술기운 들키지 않으려 몸 다듬던 그, 여름을 온통 성진과 채우려던 그, 87년 여름을 전혀 상상하지 못하던 그, 그런 그‘들’이 또렷하게 솟아요. 현재로 솟은 이한열을 통해 열사를 그리고 시대를 쓰며 가치를 느끼게 되지요.

 

이렇게 유물은 사물의 입체뿐만 아니라 의식의 입체를 절감하면서 사람과 삶과 사회를 자기로 인입할 수 있는 단서예요. 그런 유물을 만나 사물의 의식 속에 들어선 적 있는지요?

 

글/옥재원(전 이한열기념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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