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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한열문학상 소설부문 - 권혜미, <그건 진 책상이었다>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6-08-25 00:00:00 조회 :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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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한열문학상 소설부문 권혜미, <그건 진 책상이었다>

작년 여름, 나는 도쿄에 있었다. 유난히도 지진이 잦았던 해라고 했다. 방에 있으면 종종 바람 한 점 없는 날인데도 커튼이 흔들렸고, 냉장고 위에 올려놓은 달걀이 빙그르르 돌았다. 지진이 일어날 때면 나는 지진이 멈출 때까지 하던 일을 멈추고,듣던 음악을 끄고 가만히 베란다 창틀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진 설계가 잘 되어 있는 집이었고 그렇게까지 큰 지진이 일어난 적은 없었으므로 굳이 하던 일을 멈출 필요는 없었는데도 나는 의식적으로 그렇게 했다. 그렇게 작은 떨림이 지나가고 나면 모든 게 다 괜찮아 보였다. 세상에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만큼 큰일은 많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할 말이 조금씩 쌓여서 방을 가득 채울 만큼 많아졌다. 그 말들을 서로 붙이고 다듬으며 나와 진의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했다.

 

늘 글을 쓴다는 것은, 영영 닿을 수 없는 곳에 닿으려 끝없이 헤엄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가 글을 쓰면서 닿을 수 없는 곳에 닿으려하기 때문에, 모든 소설은 아주 진짜 같은 거짓말 혹은 아주 거짓부렁 같은 사실과 맞닿아 있는 게 아닐까 라고도. 나의 거의 사실인 거짓말을 마지막까지 읽어준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쓰는 내내 몇 번이고 헤엄치기에 지쳐 그만두고 싶었지만, 한 사람에게라도 언젠가 다시 한 번쯤 꺼내 읽고 싶은 글이 되면 좋겠단 바람으로 글을 끝까지 써내려갔다. 당신의 책상 서랍 속에서 이따금씩 가만히 당신을 부르는 조그마한 지진 같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다.

 

당신이 그렇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당신이 이 이야기를 좋아해 주면 좋겠다.

당신이 읽는 내내 글에서 내 목소리가 들렸다고 (다시 한 번) 말해주면 좋겠다.

당신이 별 일 없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

 

끝으로, 아직 정제되지 않은 서투른 글을 교지에 실을 수 있게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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