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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알의 씨앗이 광야를 불사르다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3-07-15 13:40:35 조회 : 4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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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알의 씨앗이 광야를 불사르다

 

모진 세상사는 건 누구의 죄요.

아니요

이건 죄도 보상도 아니요.

모진 세상사는 건 누구도 탓할 수 없는

바로 당신이 살고 있는 거요.

미치도록 이 세상을 살고 싶소.

조각조각 내 몸과 내 마음이 산산이 부서진다 해도

그 누군가 나의 조각을 딛고,

이 세상을, 이 더러운 진흙땅을

살아간다면,

그저 내 이름 나만이 간직하는 걸로 만족하겠소.

하나, 울화가 치밀어 눈 감을 수 없다면,

그 누군가 편히 눈감고 낮잠을 청할 수 있다면,

난, 그가 더 빨리 썩을 수 있다는 걸로 만족하겠소.

나의 씨앗이 광야를 불사를 수 없어도 좋소.

어차피 그건 관념의 광야이므로.

이 세상 내 눈이 받아들인 나의 한계이므로.

그러나,

내 오직 나의 한 욕심은

부디 썩을 수 있는, 방부제로 물들여지지 않은

어머니의 투박한 청국장처럼

그렇게 순진한 내 몸과 내 마음을

갖는 것 뿐이오.

그게 전부이외다.

 

1986.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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