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곁에 영원한 대학생으로 남은 ‘이한열’ 문학상에 응모한 작품들이어서였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응모작들을 받았고, 한 작품 한 작품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당선작을 뽑는 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건 진 책상이었다>의 첫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나는 당선작이 되겠구나 직감했고, 다행스럽게도 내 직감은 적중했다.
졸업을 유예한 ‘나와 진’ 커플이 있다. 휴학을 해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커플은 ‘보증금 1500만 원에 월세 35만 원인 원룸’에서 동거를 시작한다. 임차 계약 기간인 2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커플은 스터디든, 아르바이트든 각자의 일과가 끝나면 편의점에서 가장 예쁜 캔 맥주를 한 개씩 골라 자신들만의 비밀스런 ‘방’으로 돌아간다. 야한 외국 드라마를 보고, 맥주를 마시고, 섹스를 하고, 뒤엉켜 잠이 든다.
세 번째 졸업유예 신청을 한 뒤로 ‘나’는 전공한 학과가 지원할 수 있는 회사라면 어디든 서류를 넣는다. 취직에 도움이 되는 여러 스터디를 병행하던 진은, 언제부터인가 방에 돌아오면 논문을 읽거나 인·적성 검사 대비용 교재를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좁은 방’에 책상을 들인 이후로는 방에 돌아오자마자 책상으로 가서 앉는다. 임차 예약 기간이 4개월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날, 나는 책상에 앉아 있는 진의 등을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왜 나는 우리의 미래가 아니라 내 미래만을 걱정하고 있는 걸까. 등을 보이고 있는 건 사실 네가 아니라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케도 일 년 반이나 함께 살아왔구나 우리. 2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살겠다고 계약서를 쓰던 날의 우리는 정말 우리가 2년간 쭉 함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2년이라는 계약기간이 끝나갈 즈음, 진은 ‘3년 이내 이직률 70%가 넘는 작은 회사 인사과에 가까스로 취직이 되’고, 나는 옷가게 아르바이트를 풀타임으로 돌린다.
‘나와 진’ 커플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작품의 끝에 이르러 수면 위로 떠오르는 커플의 비밀은 묘한 반전을 만들어내면서 작품에 입체감을 더한다. 뜻밖의 그러나 억지스럽다거나 소란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비밀은, 이 작품을 읽게 될 독자들을 위해 ‘비밀’로 남겨두기고 한다.
<그건 진 책상이었다>는 ‘졸업을 유예한-인생을 유예한’ 청춘의 불안한 내면을 담담하게, 과장 없이 보여주고 있다. 작품을 읽는 내내,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그린 슬픈 자화상을 몰래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지극히 사적으로 들릴 수 있는 고백과도 같은 문장들에 설득당하면서, 매료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했다. 문장들은 전체적으로 안정되었고 때때로 섬세하다는 느낌마저 주었다. 시적인 울림이 담긴 문장들이 작품 곳곳에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화자의 내면에 떠도는 추상적인 불안과 고통을 과장 없이 그러나 정확하게 그려내고, 그것을 보편화시키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또한 한 편의 소설이, 그것을 읽는 이를 매혹시키기란 얼마나 힘든가. <그건 진 책상이었다>는 그것을 해냈다.
수상자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