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 문학상’이라는 이름에 맞게 뜨거운 청년정신을 만나고 싶었는데, 언어유희나 아포리즘을 시로 아는 경우도 있어 조금 아쉬웠다. 최종심까지 올라온 몇 작품에서 좀더 도전적인 작품을 만나고 싶었으나 대상을 선정하지는 못했다. 다만 올름을 객관적 상관물로 이용한 「망각의 동물」을 만나 반가웠다. “나는 이 좁은 동굴의 슬픈 혀”라며 권태로운 내면을 언어로 투시하며, 그로테스크한 서술로 주조해낼 수 있는 심은영의 작품을 우수상으로 선정했다. 다만 자칫 산문으로 넘어갈 우려도 있지만, 산문을 쓴다면 그 장점이 매혹으로 빛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배대영의 「기대와 걱정」을 장려상으로 했다. 배대영은 시를 많이 써본 솜씨는 아니지만 “나가는 법을 잊은 / 소녀에게는 / 꽃밭조차 / 이제는 / 감옥이다”(「감옥」)이라는 신선한 착상을 내놓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다만 상투적인 제목을 쓰지 않도록 제목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제목이 글의 반이다.
수상자들에게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대해본다. 다른 응모자도 성실한 습작 기간을 거쳐 좀더 깊이 있고 넓은 서정의 우주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 ‘이한열 문학상’ 이름에 맞는 각고의 정신을 당부한다.
(심사위원 : 김응교 시인, 문학평론가, 숙명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