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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글

별처럼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세상사 중에서 우리는 잊어서는 결코 안 될 것으로,
사랑해야 할 대상으로, 소중한 것으로, 먼저 이룩해야 될 과제로 이한열의 삶, 이한열의 추억, 이한열의 투쟁정신, 이한열로 인해 모아진 온겨레의 민주 자주 통일 의지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추모문집은 그러한 이한열 열사에 대한 추억과 사랑, 그리고 그의 삶과 투쟁정신을 기리기 위해 기획 발간되는 것입니다.
이 작은 책자를 높이 들어 삼가 열사의 명복을 다시 빌며, 조국의 민주와 자유, 그리고 자주와 통일 염원하여 싸우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바칩니다.

1988년 11월 20일 이한열추모사업회 부이사장/출판위원장 김학민

이한열 열사 2주기에 부쳐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7-05-31 10:50:55 조회 : 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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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열사 2주기에 부쳐

 

 한열이! 망월동에도 이젠 짙푸른 여름의 싱싱함이 가득하네. 자네가 가던 그해 초여름의
녹음도 이렇게 푸르렀던 것같네.
 그러나 그때보다는 훨씬 더 슬픔을 이길 수 있는 마음으로 우리는 이렇게 다시 섰네. 그
러나 슬픔은 이길 수 있을지언정 부끄러움은 가릴 수 없네.
 한열이, 자네가 떠나던 그때의 자욱한 최루연기는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떠오르며 우리
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네. 저 하늘나라에는 최루탄이 없겠지. 아니 자네가 죽음으로 해서 이
땅에 최루탄 살인은 영원히 사라지겠지 하면서 자네의 죽음을 얼마나 안타까와 했는가? 그
러나 지금 자꾸만 자네의 죽음을 헛되게 하는 것 같아서 착찹하고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네.
 한열이! 오월의 왁자하던 발걸음도 뜸하고 이제 다시 유월. 우리가 다시 자네 앞에, 아니
이곳 망월동에 자리한 것은 단순히 자네의 죽음을 슬퍼하고자 하는 것만은 아닐세.
 너무나 꽃다운 나이에, 너무나 장래가 촉망되던 무등의 아들인 자네가, 돌아오지 못할 길
을 떠난 것도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자네 한 사람의 죽음을 통하여 우리는 더 큰 고귀함
과 바꾸지 않았던가. 자네의 죽음이 가져다준 그 큰 고귀함을 오늘 우리는 되새겨보자는 것
일세.
 혹자는 자네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을 최루탄 그 자체가 아닌 당시의 구조적인 모순에서
찾고자 하고, 그 구조적인 상황은 결코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네를 편히 눈감지 못하게 한다
고 말하고 있네.
 한열이! 바로 그것이네. 오늘 우리는 직격 최루탄의 무자비한 난사로 죽어간 자네의 죽음
자체 뿐만 아니라, 그것의 현재적인 의미까지 새겨보고자 이 자리에 모였네.
 광주의 아들이었던 자네 한열이! 그러나 자네가 그토록 열망하던 푸른 하늘의 자유가, 이
땅의 민주화가 얼마나 멀고 험한 것인지를 지금의 광주는 또한 말해주고 있네. 자네가 가던
때의 최루탄 연기 자욱하던 그 하늘, 그러나 지금의 광주의 하늘 또한 무어라 형언할 수 없
을 만큼 어둑고 아득하기만 하네. 자네의 죽음 하나로도 족했을 텐데, 이 땅과 이 시대는 더
많은 희생과 노력을 통해서만이 우리가 열망하는 희망과 내일을 얻을 수 있다고 웅변하고
있네.
 이제 다시 한번 진흥의 이름으로 민주의 이름으로 불러보는 그대 한열이. 오늘 이 자리에
는 한 자식을 잃은 어버이의 마음도, 사랑하는 제자요 후배를, 그리고 선배를 잃은 은사님,
선배, 자네의 후배 모두가 자리하고 있네. 그 어느 때보다도 착찹하고 간절한 가슴들로 모였
네. 차마 잠들지 못하는 자네의 한, 그 한 만큼이나 미어지는 가슴들로 모였네.
 그대 이 시대의 이름으로 불러보는 한열이! 그대의 정신은 항상 뜨거운 마음, 부릅뜬 두
눈, 언제나 꺼지지 않은 횃불로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이네.
 흔들릴 때마다 우리의 꿈과 희망을 부추켜주는 큰 넋으로 남아있을 것이네. 언제나 넉넉
히 흐르는 강물로, 언제나 싱싱하게 노래하는 한 마리 파랑새로, 이 땅의 모든 희망과 이 시

대의 모든 자유와 함께 영원할 것이네.
 한열이! 지금 떨리는, 치떨리는 심정으로 한 송이 꽃을 바치네. 고이 잠들게. 고이 잠들게.

 

1989년 7월 5일
광주진흥고 총동창회장
오 세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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