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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글

별처럼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세상사 중에서 우리는 잊어서는 결코 안 될 것으로,
사랑해야 할 대상으로, 소중한 것으로, 먼저 이룩해야 될 과제로 이한열의 삶, 이한열의 추억, 이한열의 투쟁정신, 이한열로 인해 모아진 온겨레의 민주 자주 통일 의지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추모문집은 그러한 이한열 열사에 대한 추억과 사랑, 그리고 그의 삶과 투쟁정신을 기리기 위해 기획 발간되는 것입니다.
이 작은 책자를 높이 들어 삼가 열사의 명복을 다시 빌며, 조국의 민주와 자유, 그리고 자주와 통일 염원하여 싸우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바칩니다.

1988년 11월 20일 이한열추모사업회 부이사장/출판위원장 김학민

유월 푸른 하늘의 함성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7-05-31 10:52:09 조회 : 1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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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푸른 하늘의 함성


 한열군이 ‘열사’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곁을 떠난지 벌써 2년이 넘었습니다. 나는 한열군을
가슴에 떠올릴 때마다 6월의 푸른 하늘에 영원히 퍼져나가는 함성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이한열군을 ‘열사’라고 부릅니다. 그것은 그의 삶과 죽음이 영원한 것이기 때문입니
다. 그는 정말 꽃다운 청춘의 젊은 나이에 최루탄에 맞아 비명에 죽어갔지만, 1987년 위대
한 6월항쟁과 그의 장례행렬에 모여든 수백만 군중들의 오열과 외침 속에 부활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열사로서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를 떠나 보내면서 그가 ‘열사’라고 불리우는 마지막 사람이 되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분단이라는 조국의 현실이, 민중들의 열악한 삶의 조건이, 외세의 지배와 간섭에서
벗어나 자주 독립국가를 이룩하고자 하는 열망이 한열군 이후로도 수많은 열사를 낳고 있습
니다. 더욱이 어쩌면 영원히 그 진상이 밝혀지지 않을 지도 모르는 많은 의문의 죽음들이
있습니다. 그를 죽게 만든 최루탄이 아직도 자욱이 퍼져 날으고, 고문의 하소연들이 들려오
고, 정의로운 자들과 약한 자들의 외침이 하늘에까지 닿고 있습니다. 결국 한열군은 아직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며 영원한 부활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차마 감기우지 않
은 눈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의 영원한 삶은 오로지 이러한 모든 모순들이 해결되는 민주화와 통일 속에서
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이 한열이로 살아가고자 하는 결단 속에서만 가능하기 때문
입니다. 그리하여 민중들의 어깨 위에 내리깔린 쇠사슬을 걷어 치우자던 한열군의 외침이
온전히 이루어질 때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각 앞에서 우리 모두는 부끄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끄러움 앞에는 너와 내
가 없습니다. 정치인도, 교수도, 동료 학생들도 모두 부끄러워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끄러움에 머물러서는 안될 것입니다. 부끄러움은 출발이지 마지막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
이 부끄러움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한열군의 삶과 죽음 모두에 대한 부끄러움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 추모문집에 소중하게 담기어져 있는 한열군의 짧은 삶은 온통 자신과 이웃들의 삶에
대한 고민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거기에 기꺼이 동참하고자 하는 번뇌와 결단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한열군의 죽음의 과정은 더 이상 그 참담함과 애통함을 표현할 필요가 없을 것입
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그가 더 이상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을 때에야 비
로소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한열군의 죽음에 대한 공범자입니다.
 바로 이러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한열군의 삶과 죽음에 대한 부끄러움으로부터 시작해
야 하는 것입니다. 이 시작은 나 자신으로부터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하여 이 시작은 모든
것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변화의 끝은 해방이고 한열군의 부활입니다.
 깊은 부끄러움과 이 부끄러움의 자각으로부터 시작하고자 하는 마음을 삼가 한열군의 못
다한 삶에 바치고자 합니다. 그의 영원한 삶에 바치고자 합니다.

 

1989년 11월 23일
연세대학교 교학부총장
김 찬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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