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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10시~17시


장례식

별처럼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세상사 중에서 우리는 잊어서는 결코 안 될 것으로,
사랑해야 할 대상으로, 소중한 것으로, 먼저 이룩해야 될 과제로 이한열의 삶, 이한열의 추억, 이한열의 투쟁정신, 이한열로 인해 모아진 온겨레의 민주 자주 통일 의지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추모문집은 그러한 이한열 열사에 대한 추억과 사랑, 그리고 그의 삶과 투쟁정신을 기리기 위해 기획 발간되는 것입니다.
이 작은 책자를 높이 들어 삼가 열사의 명복을 다시 빌며, 조국의 민주와 자유, 그리고 자주와 통일 염원하여 싸우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바칩니다.

1988년 11월 20일 이한열추모사업회 부이사장/출판위원장 김학민

장례식

(9)조사(우상호)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7-05-31 11:11:33 조회 : 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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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하늘-장례식-실황녹음-(9)조사(우상호).pdf (61K)

사회 : 이제는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이신 우상호군이 학생을 대표해서 조사의 말씀을 하겠
습니다.


[조 사]
 한열이는 6월 10일 총궐기를 준비하기 위한 6월 9일 연세인 결의대회 과정 속에서 희생
되었습니다. 그 한열이의 마지막 유언은 “내일 시청에 가야 되는데…”였습니다. 그는 살아서
결국 시청에 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오늘 죽은 시신아나마 시청에서 그의 마지막 유
언을 달성하게 될 것입니다.
 한열아, 지금 너는 어디로 날아가려고 하느냐? 너와 함께 거닐던 백양로엔 아직도 너의
그림자가 꿈틀거리고, 너와 함께 노래부르던 청송대엔 아직도 너의 체온이 남아있는 듯 하
건만 이것이 정녕 마지막이란 말이냐? 여기서 떠나보내면 정녕 다시는 만날 수 없단 말이
냐? 대답좀 해봐라. 벌떡 일어나서 아니라고, 가긴 어딜 가느냐고 씩 웃으면서 손 흔들어 보
렴.
 네가 바라던 세상은 아직도 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두 눈을 감을 수 있겠니? 한열아. 한번
누운 너의 잠은 너무도 깊어 아무리 두드려도 소용이 없구나. 네가 가고 싶다던 푸른 창공
저편은 진짜 최루탄없는 그런 세상이란 말이냐? 네가 날아가겠다던 푸른 창공 저편은 정말
지긋지긋한 독재정권이 없는 그런 나라란 말이냐? 친구가 쓰러져서 눈물짓지 않도록 되는
그런 나라란 말이냐?
 실천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는 너의 신조는 우리 가슴에 박혀 떠나지 않는다. 뽀오
얀 최루탄 연기 속에서, 모두가 도망치던 그 자리에서, 뚜벅뚜벅 걸어나가던 나를 보면서 도
망치던 우리들은 부끄러웠다.
 하지만 한열아! 이제는 아니다. 너의 죽음 속에서 우리는 새로 태어나고 있다. 용기 없는
자신을 채찍하지 않고 네가 이루려다 못 이룬 조국의 민주화와 자주화를 위해, 그렇게 네가
보고 싶다던 조국의 통일을 위해 우리는 싸워 나가련다.
 어두운 병실에 누워있던 너를 지키며, 우리는 입술을 깨물며 일어섰다. 눈물을 닦으며 일
어섰다. 누구냐! 우리에게서 한열이를 빼앗아간 놈들은! 누구냐! 가장 순수한 젊은이를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쓰러뜨리는 자들은!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웃음을 보낸다 해도, 어떠한 추파를 던진다 해도
결코 속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우리의 친구를 이렇게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우리
가 쓰러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두 눈 부릅뜨고 나아갈 것이다.
 한열아, 어디 있건 똑똑히 보아다오. 너를 지키지 못했던 이 못난 우리가, 결국 너를 살려
내지 못한 이 바보들이 이를 악물고 싸우는 모습을. 네가 쓰러진 그 자리에서 다시금 깃발
을 일으켜 세울 거대한 역사의 파도를.
 믿어다오. 그날이 오면 제일 먼저 네게 달려가 함께 나누지 못했던 술을 기울이고, 다 나
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눌 것이며, 제일 먼저 달려가 너를 부여안고 만세를 불러주마. 그때
까지 부디 안녕히.

 그때까지 부디 안녕히. 억울한 영혼 쉴 곳 없다해도 부드럽게 웃어 보여다오. 이 못난 우
리들을 용서하며 손 내밀어다오.
 한열아! 잘 가거라. 우리는 결코 너를 잊지 않을 것이니, 비록 이곳을 떠난다 해도 서러워
말자. 안녕히…. 이제 정녕 안녕.
 너를 사랑하지만 너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 시간이 너무도 야속하구나. 편안히 눈감고 잘
가거라. 너의 죽음 속에 우리가 깨어나고 있음을 믿으며…. 잘 가거라.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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