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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유고 글

이한열 유고 글

박종철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3-07-15 13:42:58 조회 : 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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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1

열불나는 세상이 물속에 잠겼다.

우리 아이가 익사했다.

뜨거운 정열과 불타는 의지가 물속에 잠겼다.

금강산댐의 물들이 억수로 한반도를 뒤덮는다.

그 물속에 우리 아이가 들어 있었다.

63빌딩 꼭대기에서 휩쓸려가는 우리 아이를 보다가

그만 그속에 뛰어들 뻔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야 한다.

더러운 오물 찌꺼기를 걸러내야 한다.

죽더라도 깨끗한 물에 빠져 죽자.

지금은 죽을 때가 아니다.

 

우리 아이가 접시물에 빠져 죽었다.

한 바가지도 안되는 무리들이 감히

우리 아이를 목졸라 죽였다.

우리 아인 대학 3학년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려다 그만

짐승의 발톱에 물려 죽었다.

악어가죽백 속에 우리의 자유가 들어있는 것도 아닌데

호랑이 카페트 속에 우리의 진리가 억눌린 것도 아닌데

그만 호랑이 굴속에 들어가 되려 산송장이 되어 나왔다.

 

익사한 우리 아이의 가루를 다시

임진강 물속에 뿌려야했다.

 

 

2

군사분계선을 남북으로 흐르는 그 강속에

통일의 염원으로 뿌려죽었다.

그날 마침 겨울비가 내렸다.

여름도 아닌데 차가운 비가 우리 머리위에 뿌려졌다.

우리 아이의 가루는 반죽이 되어

내 손 마디마디에 하얀 반점으로 묻어 있었다.

우리 아인 세번 익사했다.

그리고, 우리 아인 저승길 패스를 끊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늘도 순두부에 쌀밥을 배불리 처먹고,

신길동 5층 건물에서 사냥을 나설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을, 인간들을 억수로 잡아 족치고

물, 전기를 써가며 이리저리 요리를 할 것이다.

그 더러운 손으로 다섯 살 짜리 아들에게 사탕을 줄 것인가.

그 더러운 입으로 아내에게 키스를 할 것인가.

짐승들이 사는 세상에나 있을 법한 힘있는 자의 포식.

그 똥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우리 사람들의 발버둥을

취기어린 눈빛으로 그들은 즐긴다. 그들은 살아져간다.

 

우린 분노한다.

이 시대의 인간임을 우린 포기하고 싶다.

文明이 만들어놓은 전기로 우리 스스로를 고문한다.

쓰레기, 담배꽁초가 떠다니는 물을 우리 스스로 먹는다.

그 물을 처먹고 살 수 없다.

우린 인간임을 스스로 포기한다.

우리의 꽉다문 입술 속으로 그 물은 흘러든다.

그리고, 인간임을 포기당한다.

그속에 우리 아이 철이가 죽어갔다.

 

그리고 수마가 할퀸 우리의 양심은

무참히 무참히 병들어갈 것이다.

 

우리 아이가 익사했다.

다음은 네 차례. 네 차례

우리마냥 포기당할 것인가.

우린 인간임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

더 이상 맹수가 설치는 원시림으로 방기하지 말자.

우린, 우리가 인간이기에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자.

 

오늘은 철이의 추모제가 열리는 날

그리고 그가 부활하여 우리속에 다시 서는 날

우린 손잡고 스크럼 짜고,

원시림을 밀어내는 불도저가 되야 한다.

 

1987.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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