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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유고 글

나의 행동이 너를 부끄럽게 하지 않기를, 나의 고운 이름이여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3-07-25 11:55:55 조회 : 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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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동이 너를 부끄럽게 하지 않기를, 나의 고운 이름이여

 

종달새를 조롱(鳥籠)새라고 부른다. 왜냐면 그 새는 울안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록 갇혀있는 새라 하여도 종달새는 공작이나 앵무새와는 다르다.

갇혀있는 공작은 거치를 산야보다 아늑한 우리 안이 낫다는 듯이 안일하게 살아간다. 화려한 나래를 펴며 교태를 부리기도 한다. 앵무새도 자유를 망각하고 감금생활에 적응한다. 곧잘 사람의 말을 흉내도 낸다.

그러나 종달새는 갇혀 있다 하더라도 그렇지 않다. 종달새는 푸른 숲, 파란 하늘, 여름 보리를 기억하고 있다. 그가 꿈을 꿀 때면 그 배경은 새장이 아니라 언제나 넓은 들판이다. 아침 햇빛이 조롱에 비치면 그는 착각을 하고 문득 날려다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쓰러지기도 한다. 설사 그것이 새장 속에서 태어나 아름다운 들을 모르는 종달이라 하더라도, 그의 핏속에는 선조대대의 자유를 희구하는 정신과 위로 위로 지향하는 강한 본능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북경이 정말 북경이던 시절, 이른 새벽이면 고궁 담밖에 조롱을 들고 있는 노인들이 있었다. 궁 안에서 우는 새소리를 들려주느라고 서있는 것이다. 새도 같은 종류의 새소리를 들으면 제 울음을 운다는 것이다. 거기 조롱 속에 종달새가 있었다면, 그 울음은 단지 배워서 하는 노래가 아니라 작은 가슴에 뭉쳐 있던 분노와 갈망의 토로였을 것이다. 조롱속의 새라도 종달새는 종달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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