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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유고 글

렌을 생각하며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3-07-25 11:55:19 조회 : 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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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을 생각하며

 

분명 나의 가면, 허위였다.

모든 것이 싫어 도피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무엇 때문이라고 딱 잡아떼기는 어렵다. 직관이랄까? 무책임한 행동이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게 준 피해-정신적·육체적-를 끼쳤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어쩌면 나의 존재가치를 시험해보기 위한 억지였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바로 그것 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바보짓이었는가를 깨달을 수 있다. 살다보면 이런 일도 꾸며봄직도 하다는 자위의식이 밀려 들어온다.

경험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가쁜한 마음으로 며칠을 보낼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새벽 기차에서의 만남, 오랜 친구들과의 재회 등등 아주 신선한 만남들이었던 것 같다. 잠시 동안의 정신적 방황, 그리고 완벽을 추구하려 했던 내 자신의 허위의 가면을 벗어버림, 일상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면서도 그것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던 나의 오만들, 다른 사람들처럼 시간약속도 깨보고 싶었고, 무책임한 행동을 함으로써 남의 시선을 받아보려 했던 나의 내적 욕망이 이러한 일을 저질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방종이랄까?

아무튼 신선한 만남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내 자신과의 만남 또한 의미 있었고, 가정에서의 나에 대한 잠시 잃어버렸던 책임감 같은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참 이상한 게, 우발적으로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실보다는 득이 항상 많은 것같다. 내가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해서 그런지 아무튼 요즘은 계획 없이 순간적으로 행하는 것들이 모두 득이다. 하지만 방종이란 단어에 수렴하는 행동은 삼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시험기간이고 또 한 과정을 겪으면서 어느 정도 생각이 바뀔는지 모르지만 그러나 나의 육체의 방향은 시간시간 이미 정해져 있고, 그 속에서 정신적 방황이랄까 자유를 얻고자 한다.

오늘 렌의 존재에 대해서 들었다. 내가 바로 렌으로서 지금 상대하는 시몬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밝히고 싶지는 않지만 또한 나의 렌이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나보고 싶다. 우리는 항상 렌, 또는 시몬의 가치를 지닌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인 이상 항상 뇌 속의 상념으로 그의 존재를 확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8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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