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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학력고사 전날에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3-07-25 11:53:25 조회 : 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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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학력고사 전날에

 

1985. 11. 19

재수란 나에게 필요충분조건이었다. 나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항상 좌절하지 않고 인생을 논할 수 있는 인간이 되어야겠다.

 

1985. 11. 19

지금 시간은 9

마지막 수험생의 밤을 조용히 명상하고 싶다. 과거는 항상 아름답게 느껴진다. 모든 일은 반드시 과거로 돌려지지만, 그래도 추억에 남고 눈물을 글썽이며 자아의 신장을 느끼는 것은, 그중에서도 괴로움에 번민하고 방황하던 시절의 과거일 것이다.

방금, 나의 소중한 기록으로 근 10개월 전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제 그렇게 어렵게 보냈던 생활을 청산하며 이렇게 바삐 과거를 회상하며 내일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럽고 기쁜 일인가?

나에게는 꿈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있다. 아니 곧 내일이면 현실이 된다. 수많은 고민과 번뇌 속에서 잉태되어야 했던 꿈이 있다. 나의 자신의 생활에 최선을 다했다고 나는 지금 확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잠시 보류하겠다. 24시간 내가 되겠지만 말이다.

지난 1, 낙방의 결과를 찾으며 방황하던 그때 일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참 어려웠다. 그리고 다짐했다. 한번 해서 꼭 소중한 결과를 얻고야 말겠노라고. 그리고 이렇게 시간이 흘러 이제 보람을 찾을 시간이 왔다. 그 동안 어떻게 보냈는지 무얼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러나 확실한 건 그때 상황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했다는 것뿐이다.

나는 완전할 수 없었다. 그것은 이상이었다.

인간에게 주어진, 아니 인간인 나에게 주어진 능력은 완전할 수 없었다. 나약했던 나를 합리화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아니다. 강하게 부정하고 싶다. 앞으로 시간은 흐른다. 내가 유별나게 느낄 뿐 시간은 항상 흐른다. 아니, 약속한 것이니까 점수가 높은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기로 사람들은 미리 약속했다. 좀 더 노력한 이에게는 틀림없이 좀 더 나은 점수가 나오리라는 것을 우리 인간들은 수 천 년을 통해 경험으로 익혀왔다. 그리고 사람들끼리 약속했다. 노력하면 된다고. …… 그리고 내가 태어나서 그 약속을 강요당했으며, 자연스럽게 그 약속-이미 되어진 약속-을 다시 한번 새끼손가락을 걸고 했다. 그리고 순종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현실이라는 현실을 만들고 있다.

사람들은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경선을 본초자오선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15도마다 1시간씩 차이가 나도록 약속했다. 그리고 그 생활을 습관화했다. 그러는 사이 그 약속을 어기면 사회의 낙오자가 되었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대의 약속을 모든 사람들과의 타협 속에서 1년을 늦추었다. 그 대가는 충분히 받았다. 그리고 모든 죄를 씻고, 다시 시간대의 심판에 섰다. 더 이상 사람들은 나에게 낙오된 시간을 주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자리에서 한 장소로 낙오되든지, 아니면 기쁨으로 그 자리에 설 것이다. 나는 후자를 위하여 모든 걸 바쳤다. 신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나님은 나의 목자시니 나에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하나님의 청지기는 시간표와 접해져 갔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앞으로 산다. 지금 이 시간은 하나님과 나와의 약속이며 또한 나와 나의 형제들과의 약속이다. 충실히 약속을 따르겠다. !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초조함, 모든 것이 망각 속에 묻혀버린 것 같은 기분.

나에게 힘이 있다면 잠자는 것이다. 한 줄의 가 나에게 힘을 준다면 나는 내 가슴속에 영원히 간직하리라. 이제 잘 시간이다. 내일 아침 나는 틀림없이 일어나 세수하고 밥 먹고 수험장에 갈 것이다.

지금 시각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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