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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이야기

고등학교 때 끼적거렸던 낙서에서부터 교련복까지 평범했던 청년 이한열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유물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이한열의 교련복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20-05-27 13:05:10 조회 : 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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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련을 아시나요? 요즘 학생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교련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을 상대로 실시된 군사훈련 필수 과목이에요. 학생이 웬 군사훈련? 이라고 생각하겠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국어, 영어, 수학과 함께 수업시간표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었어요. 교련 시간이 되면 남학생들은 교련복을 입고 운동장에 나와 교육용 총을 들고 총검술과 제식훈련을 받았고 여학생들은 구급훈련을 배웠습니다. 남학생들은 교련복을 입고 수학여행이나 소풍을 가기도 하고 학교 밖에서도 트레이닝복처럼 입었다고 하네요. 아래의 사진은 이한열의 진흥고 시절의 교련복과 2학년때 수련회에서 찍은 것입니다. 

 

 

잠시 교련과목의 역사를 살펴볼까요? 교련이 남녀 고교의 필수과목으로 채택된 것은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려다 실패한 ‘김신조 사건’이 발생한 이듬해인 1969년이에요. 이를 계기로 박정희 정권은 북한의 비정규전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향토예비군을 창설하고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교련과목을 도입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확고한 국가관을 정립하고 투철한 안보의식을 확립한다는 목표로 학교를 군대로 만들었던 것이죠. 그 결과 모든 남녀 고교생들은 교련 수입이 있는 날이면 아예 집에서부터 얼룩무늬 교련복을 입고 등교했고 운동장은 모형 총을 들고 총검술 등을 배우느라 하루 종일 기합과 구령 소리가 끊이지 않아 군대 연병장을 방불케 했다고 합니다. 전두환 정권에서도 교련은 계속되었습니다. 대학 1,2년 남학생들에게 주당 2시간씩 교내 교련교육을 실시했고 1학년 학생은 병영 집체 교육을, 2학년에게는 전방 입소 교육을 받도록 합니다. 전방 입소 교육까지 받고 교련학점을 취득하면 군복무기간을 단축해주기도 하지요. 결국 이런 억압적이고 전근대적인 군사교육은 대학생들의 광범위한 반발을 불러옵니다. 특히 1986년엔 전방 입소 교육투쟁이 여러 대학에서 격렬히 전개됩니다. 

 

 

결국 87년 유월항쟁 이후 대학생들의 교련교육과 전방입소훈련이 폐지됩니다. 고교 교련도 심폐소생술, 붕대감기와 같은 응급처치 교육으로 바뀌게 되지요.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학생들마저도 군인정신으로 무장시키고 나라 전체를 군대화하려던 군부정권. 그들의 군인정신은 시대의 정신인 민주주의에게 자리를 내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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