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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펠로우 후기 : 라이더유니온 (전)위원장 박정훈 펠로우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23-12-15 16:10:13 조회 :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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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선배 때문에 돈 걱정 없었던 한 해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사회운동을 하면서 인간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게 바로 먹고 사는 문제였다. 대학생 때야 돈 없는 게 큰 흠은 아니었고, 저렴한 학생식당과 아무거나 입고 자고 먹어도 견딜 수 있는 몸뚱아리가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과외를 하거나 가끔 50만 원 정도 주는 생동성 알바를 하고, 선배들의 주머니를 털면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그 때는 잘 몰랐다. 선배들의 주머니도 넉넉지 않다는 것을.

 

 대학을 졸업하고, 학생운동이 아니라 사회운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대학생처럼 살아서는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운동사회의 도덕성이 하나 둘 무너지고, 가난이 청렴함의 상징이었던 시절도 끝났다. 자기관리도 못하고 경제적으로 무능하며, 직장생활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운동권이 무슨 세상을 바꾸냐는 비난과 앞에서는 돈 없는 척하지만 뒤에서는 자리를 차지하고 부를 축적한다는 운동가 전반에 대한 사회적 비난도 마주해야 했다.

 

 기본적인 의식주는 해결할 수 있어야 주변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은 돈이었지만 내가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운동에 후원도 하고 싶었다.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파트타임으로 노동하며 생계에 필요한 돈을 벌면서 세상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지만 돈 버는 시간에 비례해 삶이 무너졌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와중에 이한열 소셜 펠로우쉽이 나왔다. ‘내가 이한열의 이름으로 돈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팍팍한 삶은 철학적 고민을 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내가 몸담고 있는 라이더유니온에 돈이 없었으므로, 펠로우쉽을 받으면 나에게 줄 인건비 70만 원을 20만 원으로 줄여 재정에 보탬이 될 수 있었다. 이한열 펠로우십의 성패가 라이더유니온 안건으로까지 올라온 이유다.

 

 월 50만 원이 매달 꽂히기 시작하자 꼭 이한열에게 후원을 받는 느낌, 그의 후배운동가가 된 느낌이 들었다. 올해 4월 위원장 임기가 끝나고 정신적으로 좀 더 여유가 생기자 월 50만 원은 더 큰 힘이 됐다. 배달 일로 월 50만 원을 벌러면 1주일에 하루는 종일 일해야 했다. 돈 욕심보다는 시간 욕심이 많았다. 배달보다는 쉼을 선택할 수 있었다. 덕분에 평소 하고 싶었던 취미 생활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축구, 풋살 심판 자격증과 지도자 자격증까지 올해 모두 따버렸다.

 

 학생운동할 때 주말마다 집회를 가지 않고 축구심판보러 간다고 하는 후배가 있었다면 한마디 했을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회운동을 하루이틀 하고 말 것도, 1~2년 하다 말 것도 아닌데 너무 강박을 가지고 활동을 했던 것 같다. 경제적 여유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 준다. 월 50만 원에 무슨 그런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을 수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짧은 사회생활이지만, 라이더들과 대화를 해보니 운동가들의 경제개념과 일반 노동자들의 경제개념은 완전히 달랐다. 조합원들은 400~500만 원을 벌어도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나는 월 300을 벌면 ‘중산층’이라고 착각했다. 집은 임대아파트로 충분했고, 차는 필요 없었다. 자식도 없고, 배우자와 먹고 살 정도만 있으면 됐다. 든든한 지지자들과 네트워크도 있다. 월 50만 원의 정기적인 소득은 든든한 금액이었다. 금액보다 중요한 건 정기성 이었다. 이번달에도 다음달에도 그 다음달에도 50만 원이 들어온다는 사실은 사람에게 큰 여유를 줬다.

 

 사실, 우리가 원하는 세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치열하게 경쟁해서 소수의 사람들만이 과도한 소득을 독식하는 체계가 아니라, 개별적 소득은 적지만 공적 이전 소득이 많아 먹고사는 걱정과 불안이 없는 사회야말로 이한열이 꿈꿨던 세상이었을거라 생각한다. 나 역시 국민들이 공적 시스템을 신뢰해 많은 세금을 내고 이 재원을 바탕으로 적극적 분배를 통해 직업과 능력에 따른 차별과 격차를 줄이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분투해왔다. 대부분의 시간동안 실패하였고 지금은 이런 가치와 이념을 말하는 것 자체가 촌스러운 세상이 되었지만,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이한열 펠로우쉽이 이런 사람들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연대해주시길 빌어본다.

 

 2023년 이한열 든든한 후원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내가 받은 연대와 지지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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