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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유고 글

사월의 부름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3-07-15 13:44:19 조회 : 3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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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부름

 

저만치 아득함이 들려오는 사월

매서운 눈보라도

지워지는 이 세월에

진달래의 만개가

기쁘게 와 닿아야 하건만,

내 마음의 풀밭은 아직

시들어 변치 못할

갈색으로 남아있다.

하나의 육체로 매다듬어진 가슴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절규의 외침으로

산산이 부수어져 허공에 날리니,

아무리 그리운 님 목소리 들려도

두 손으로 귀막고 돌아서지 못하는

아아! 약한

인간의 속박이여.

어둡고 긴 밤의 종착지는 있건만

달려도, 외쳐도

아득함만 더해지는

한 줄기 여명의 그리움이

악몽에서 헤어난 소년의 품으로

다시 파고들어

절규하고 싶도록 눈부신 태양을

왜 이제 오느냐고

손 비비며 원망할 때

그는 이미,

태양 위의 존재

땅 밑의 존재이거늘

아서! 우리의 부르짖음이

사월을 뒤덮을 때

아서! 우리의 부르짖음이

온겨레를 뒤덮을 때

저만치

사월의 야속함은 십일월의 낙엽으로

우리의 발자욱 아래

초연히 스러질 것을.

우리 그때

님 손목잡고

‘사랑노래’ 들려오는 저 숲속넘어

오두막집에

단잠을 이루려나….

 

1987.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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