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부름
저만치 아득함이 들려오는 사월
매서운 눈보라도
지워지는 이 세월에
진달래의 만개가
기쁘게 와 닿아야 하건만,
내 마음의 풀밭은 아직
시들어 변치 못할
갈색으로 남아있다.
하나의 육체로 매다듬어진 가슴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절규의 외침으로
산산이 부수어져 허공에 날리니,
아무리 그리운 님 목소리 들려도
두 손으로 귀막고 돌아서지 못하는
아아! 약한
인간의 속박이여.
어둡고 긴 밤의 종착지는 있건만
달려도, 외쳐도
아득함만 더해지는
한 줄기 여명의 그리움이
악몽에서 헤어난 소년의 품으로
다시 파고들어
절규하고 싶도록 눈부신 태양을
왜 이제 오느냐고
손 비비며 원망할 때
그는 이미,
태양 위의 존재
땅 밑의 존재이거늘
아서! 우리의 부르짖음이
사월을 뒤덮을 때
아서! 우리의 부르짖음이
온겨레를 뒤덮을 때
저만치
사월의 야속함은 십일월의 낙엽으로
우리의 발자욱 아래
초연히 스러질 것을.
우리 그때
님 손목잡고
‘사랑노래’ 들려오는 저 숲속넘어
오두막집에
단잠을 이루려나….
1987.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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