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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유고 글

불 새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3-07-15 13:43:50 조회 : 3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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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새

 

달디단 말 한마디로

세상의 불의에 은막을 내린다.

그 뒤로 다가오는 무서운 비명과

애절한 삶에의 유혹.

두팔로 매달린 벼랑속의 인간

그 속에 타오르는 짐승의 생투

그리고,

이어지는 숨소리는 이미

거치른 목마름으로

은막을 물들인다.

아무렇지 않는 듯한 두 눈 속엔

비리의 단맛을 느낀 살아져감의 환희와

그속에 파고드는 환멸의 그림자.

그러한 몸뚱이로 세상은 가득차며,

이승의 지옥이 걷혀진 시야로

막연히 들어올 때

은막 바로 옆에 누운 한 인간은

그를 무대 밖으로 내밀친다.

그리고 거기엔 삶의 유희와 안무만이

달디단 세상맛을 한층 유혹한다.

 

-「불새」를 보고, 198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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