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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른 아침 텅빈 방안에서
사랑을 느낀다
꽉찬 사랑을 느낀다
한 숟가락의 배부름보다
더 포만감 느끼는
아름다운 새싹의 찬가를 듣는다
외로움은 이슬처럼 녹아나고
서러움도 이제는 그만이다.
한 꼬마의 가슴에 달린 이름표에서도
깨어져 있었음에 사랑이 솟는다
나의 에고에 나사를 풀어
잠시 기다리는
내 마음의 사랑을 열어제끼자
2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무엇이 순수인지 잘 모릅니다
어쩌면 나쁜 것들을 깨뜨리려는 항거가
진정, 많은 우리를 위한 순수 핵일는지,
어쩌면 커피 한 잔에서 사랑과 행복을 느끼는 것이
진정, 우리를 위한 순수함일는지,
진실로 두렵습니다
알고 싶습니다
…?
내 마음의 사랑을 열어야겠습니다
3
이른 아침 한 숟갈로 배를 채우고
태워져야 하는 하루를 위해 성냥을 그어댄다.
차임벨 소리에 발걸음도 부산하다
때를 맞춰 국물에 밥을 말고
동아리에 발을 쉬고 머리로 걷는다
관념의 광란에 장단 맞추고
미적 해설집을 펼쳐든다
4
넓다란 광장 그 뜨거운 열기 아래
찌라시가 뿌려지고
최루탄이 살포되고
파쇼타도를 외치다
청카바에 동행된다
미제를 학습하고 토론이 밤을 샌다
민주를 위하여 자주를 위하여
이 땅의 인간해방을 위하여
새벽 찬 이슬에 젊음을 삼킨다
5
하루 해가 진다
또 하루가 지난다
가위눌림과 몽정이 시공을 헤치고
한 평 이불 속에서 쥐색으로 변한다
6
내 마음의 사립 사이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에 새끼줄이 풀어진다
풀어 제쳐진다
하지만 두려워집니다
풀린 주둥이로 연기처럼 날려질 빈말이 아니기에
사랑이란 말도 항거란 말도
두 다리에 부여하기엔
너무 무거워 보입니다
7
우리는 알아가야 합니다
한 몸뚱이로는 충분히 알 수 없는 어려움이
우리를 하나이기에 충분케 합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위선이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불의이다
하나로 섬이 어려울 때
우리에겐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8
하늘 아래 들어서 우리 숲 속에서
사랑을 느낀다
꽉찬 사랑을 느낀다.
한 숟가락의 배부름과 더불어
아름다운 거목의 몸짓을 본다
다시 보고, 다시 숙고하고
새롭게 살아가는 너의 몸짓을
사랑한다, 산다
1987.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