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의 진흥고 시절 유품을 정리하다가 눈에 띄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부산, 대전, 대구 등의 친구들이 보낸 엽서와 편지가 있었어요. 초, 중, 고등학교를 광주에서만 다녔던 이한열이 어떻게 전국의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 받았는지 궁금하던 그때, 새마을 고교생 특별수련회 앨범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곳에 그 친구들의 이름과 사진이 있었어요. 그중 한 친구가 보낸 엽서를 소개합니다.
“진대야 안녕. 집에는 잘 갔니? 이렇게 돌고래들에게 안부편지를 쓰느라 앉아있자니 그때 즐거웠던 일들이 추억으로 되살아나 너무 그립게 한다. 짧은 기일이지만 이때까지 어느 친구보다도 서로를 이해하고 위해 주었던 것 같아. 섭섭해서 운다고 잘가라는 인사하나 똑바로 못 전해준 나 자신이 얄미워. 보고 싶은 친구들 모두 열심히 살기를 원하며 한열이도 더욱 더 뛰어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나도 진대한테 뒤지고만 있지 않겠어. 우리 머지않은 그날을 향해 힘껏 발돋움하자. 건강이 최고라는데 몸관리 잘해 안녕. “
부산에 사는 김애라 친구는 이한열에게 ‘진대’라는 호칭을 씁니다. 이한열은 10명 정도의 분임조에서 대표를 맡았고 그래서 ‘진대‘라는 표현을 쓴 것 같아요. 그리고 친구들을 ‘돌고래’라고도 합니다. 분임조의 애칭과 구호를 ‘돌고래’로 썼던 흔적이 다른 편지에서도 보입니다. 편지만 읽어봐도 그들이 어떻게 생활했고 가까워졌는지 알 수 있네요. 겨우 6일이지만 정이 들어 헤어지면서 펑펑 울던 친구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들은 다시 만났을까요? 고3을 앞둔 이한열과 친구들은 아마도 ‘머지않은 그날을 향해 힘껏 발돋움’ 했을 것입니다. ‘더욱 더 뛰어난 사람이 되어’ 만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