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관에는 이한열의 친필 유물이 적잖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이한열은 워낙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청년이었기에 자작시나 일기, 낙서 등을 많이 남기기도 했고, 어머님이 아들이 떠난 후에도 고이 간직하시다 기념관에 기증하신 덕분입니다.
하지만 그 중에는 어머님도 모르셨던 아들의 친필 유물이 있습니다. 이한열이 활동했던 동아리 ‘만화사랑’에서 기증한 이 대자보는 동아리 활동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이 그의 친필로 담겨있습니다. 익명으로 쓰였지만, 누군가가 이한열이 쓴 글임을 기억하기 위해 당시 그가 사용하던 가명 ‘혁’이라는 이름을 적어 넣었습니다.
어머님은 최근 이 대자보를 보시고 ‘혁’이란 이름에 대한 소회를 지난 8월 열린 이한열장학금 수여식에서 털어놓으셨죠.
“우리 이한열이가 대학 1학년 때인가 저한테 이름을 바꾸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자기 이름이 너무 어렵다고. 좀 쉬운 이름을 갖고 싶다고. 그게 얼마나 복잡한 일인지 아느냐고, 그런 생각 말라 하고 넘어갔는데....여기 와서 보니까 ‘혁’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네요. 그리도 다른 이름을 갖고 싶어했는데, 그냥 원하는 이름으로 불러줄껄, 그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후회가 되네요.”
어머님은 그렇게 아들의 ‘또 다른 이름’을 이한열기념관에서 마주하고 계셨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