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한열이 쓰러지고 나자 광주 고향집으로 많은 기자들이 찾아왔습니다. 기삿거리로 쓸 만한 소지품을 모두 휩쓸어가다시피 했죠. 한 발 늦게 도착한 당시 <신동아> 윤재걸 기자는 얻을 수 있었던 게 마땅찮았습니다. 이 성적표들 외에는요. 하지만 이렇게 애써 가져간 성적표 내용은 기사에 반영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30년이 넘도록, 윤재걸 님은 한열의 물품을 자신이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부채감을 느꼈습니다. 돌려줘야 할 텐데, 돌려줘야 마땅한데. 그러다 지난 2015년 12월 기념사업회 측과 연결이 되어 이들 물품을 돌려주게 되었습니다. 28년 만의 극적인 반환입니다.
성적표를 통해 한열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습니다. 우수한 학업성적은 물론이고,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착하다”는 담임 선생의 평가(초등 5학년), 특별활동으로 영어회화반과 야구반에 들었던 기록(중학) 등이 그것입니다. 한열이 초등 2학년 성적표에 연필로 자기 성적을 합산해 평균 낸 손글씨도 눈에 띄고요. 현재 남아있는, 그의 가장 어린 시절 성적표죠. 사진 속 성적표 ‘가정에서 학교로’ 란에는 어머니가 꼭꼭 눌러 손으로 쓴 글씨도 남아있어 더욱 애틋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