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그 순간의 청바지입니다. 아침의 처음부터 진열장을 찾았어요. 꼼꼼히 살펴보고 이야기를 쓰자고 열심히 쳐다보았지요. 그러다 이내 눈길을 내렸습니다. 얼룩과 상처로 온전치 않은 바지를 계속 바라보기 힘들었거든요. 몸 다쳐 난 상처에 밴드를 서둘러 붙이는 우리의 까닭은 혹, 상처를 계속 두고 볼 용기가 옅어서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 그쯤까지 세다 멈춘 상처만도 적지 않아요. 물론 바지 입고 살다보면, 세상과 닿으며 난 상처가 곳곳에 생기는 법이지요. 하지만 이 바지의 상처들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상처가 일어난 무대가 거칠고 거칠었던 역사의 거리란 데 있어요. 그 마찰 얼마나 뜨거웠을까요? 그리고 열사와 함께 맹렬한 마찰을 겪었던 그 시대 수많은 청년들의 바지에는 얼마나 많은 상처들이 생겨 서렸을까요? 지금 그 무량의 상처들은 다행으로 좋은 약을 입어 치유되었을까요, 아니면 무언의 진실을 담은 채로 열사의 바지처럼 여전히 남아있을까요? 아직도 역사의 거리는 거칠고 거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지금 입고 있는 바지 위의 상처들도 예사롭지 않아요. 본질 다르지 않은 시간성으로, 비극의 형체로부터 서정의 울림을 느낍니다. Lee라는 회사에서 만든 청바지입니다.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의 노력으로 보존처리를 잘 마쳤습니다. 올해는 열사의 추모주간 마지막 날인 7월 9일까지만 전시되고, 이후로는 복제품으로 교체됩니다. 내일 5일은 27년 전 열사가 신촌 세브란스에서 세상을 떠난 새벽을 품은 날입니다. 한 가지 마음으로 기도해주시길 바랍니다. 광주 잘 다녀오겠습니다. 2014.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