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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 펠로우 인터뷰: 차별금지법 제정 연대 보코 활동가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26-05-29 10:26:09 조회 :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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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단체와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이하 차제연)에서 활동하는 '보코'라고 해요. 저는 그동안 시민사회단체, 연대체, 정당, 인권단체 등 다양한 운동의 영역에서 활동을 하다가, 올해 새롭게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차제연은 2007년 한국 사회에서 차별금지법 논의가 시작된 이후 거의 20년 가까이 활동이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 172개의 다양한 단체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펠로우쉽에 지원하게 된 계기, 기대하는 바가 궁금합니다.

 

주변 활동가 동료가 알려줘서 처음 알게 됐어요. 사실 이전에는 이런 지원 사업이 있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저는 한 조직에 속해서 오래 활동해본 경험이 별로 없어요. 여러 영역과 공간을 옮겨 다니며 활동하다 보니, 불안정한 상태에 대한 고민이 한 축에 있었고요.

또 제가 잘 모르는 영역의 의제나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지원했어요.

 

-요즘 차제연에서 주력하고 있는 활동은 무언가요?

 

먼저 차별금지법의 입법 경로를 설명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시작은 노무현 정부 시절 공약이었어요. 당시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을 만들겠다고 입법을 예고했는데, 7개의 차별금지사유(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병력, 성적 지향, 언어, 출신국가, 학력)를 삭제한 채 발의됐거든요. 이런 상황에 맞서 여러 사람들이 “이건 온전한 차별금지법이 아니다”라고 여기게 됐고, 그걸 계기로 본격적인 운동이 시작됐어요.

 

18대, 19대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 발의가 있긴 했어요. 그런데 발의만 해놓고 임기 만료로 폐기되는 일이 반복되거나 철회하는 사태까지 겪다 보니 정치권이 큰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긴 어려운 것 같아요. 지금 22대 국회에서도 법안은 발의된 상태지만, 지체될 가능성이 높기에 정치권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계속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퇴진 광장 같은 곳에서 사람들 각자가 자기 언어로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걸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그런 목소리들을 모으고 연결하는 캠페인이나 자리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현재 활동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 건 “왜 국회가 움직이지 않는가”, 그리고 “어떻게 사회적으로 더 많은 공감대를 만들 것인가”예요. 아직은 법 조항 하나하나를 세부적으로 논의하는 단계라기보다, 사회가 왜 이런 논의가 필요한지 이야기하고 설득해나가는 과정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나 잘못된 인식도 존재하고, 혐오를 조장하거나 확산시키는 움직임도 있으니까요. 결국은 어떻게 말을 걸고 대화할 것인지, 더 나아가 어떻게 사회적 논의를 만들어갈 것인지가 활동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캠페인 중심의 활동을 하고 있어요. 비교적 역할이 정해져 있는 편이라 에너지적으로는 여유가 있는 편인데, 사실 여러 논의 과정과 현장에서는 많은 동료 분들이 훨씬 더 고생하고 있죠.

 

지금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의 핵심은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로 직접 캠페인을 만들어보는 경험”이에요. 온라인 캠페인이나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활동은 많이 해왔지만, 시민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해보는 형태의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거든요. 단순 참여를 넘어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캠페인으로 만들어보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액션크루’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지난 4월부터 매주 강의와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이 어떤 캠페인을 하고 싶은지, 또 그걸 어떤 방식으로 기획하면 좋을지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활동가 분이 생각하는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은 어떤 것일까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는 하나의 법 체계 안에서 차별을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이기 때문이에요. 지금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처럼 개별법은 존재하거든요. 그런데 각각이 너무 분절되어 있어서 차별을 구제하는 방법도 법률마다 제각각인 실정이에요. 또한, 남녀고용평등법은 고용 영역에서 성차별 이슈만 다룬다거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포괄 범위가 넓지만 사유가 장애에 한정되어 있기도 하고요. 차별은 한 가지 형태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이유가 복잡하게 작동하기도 하고, 사회 변화에 따라 차별의 개념이 계속 달라지고 더 세밀해질 수도 있을텐데요. 그때마다 개별법을 새로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죠.

또 지금 있는 제도들은 구제 장치도 대부분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 실효성이 낮은 경우가 많아요. 반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단순히 처벌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 국가나 지방정부가 차별 예방 정책이나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게 만드는 근거가 될 수 있어요. 고용, 교육, 재화용역, 행정서비스 등 공적 영역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차별금지법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재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들을 가지고 계신가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세력과의 갈등은 오랜 기간 겪었던 어려움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이 법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는 있는데, 역설적으로 정치는 혐오를 부추기는 극우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항할 수 있는 국면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고민이 들어요.

 

또한 법안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어떻게 가시화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는, 차별금지법에 유보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어떤 접점을 만들고, 설득해 나갈 것인지 궁리하는 중입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차제연에서 활동하고 계시군요. 차제연에서 활동해야겠다고 결심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사명감과 비전을 가지고 현재 활동하고 계신지도 궁금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활동가라고 하면 되게 강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저는 사실 사명감이라는 게 활동가만의 특별한 마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의 일을 진지하게 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잖아요. 다만 활동가라는 직업에는 유독 ‘사명감이 투철할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 같고요.

 

저도 차제연에서 활동한 지 오래된 활동가는 아니에요. 이전에는 차별금지법이 우리 사회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시민이었고,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집회나 투쟁의 공간이 열리면 참여하고, 연대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었어요.

 

지금 활동을 하는 것도 거창한 이유라기보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어쩌면 아직 자신이 혐오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이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명감이 투철하신게 맞는거 같은데..)

 

아 그런가요(웃음)

 

-차별금지법이 있는 대한민국은 지금의 대한민국과 어떻게 다를까요?

 

차별을 좀 더 복합적이고 현실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될 거예요. 그리고 법이 제정된 직후에는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차별 사례들이 훨씬 더 많이 보이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은 문제라고 느껴도 말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자기 경험을 ‘차별’이라는 언어로 설명하고 문제제기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결국 법은 그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사회적·법적 토대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실제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신고나 진정 사례가 크게 늘어났어요. 그런데 그게 갑자기 차별이 두 배로 많아졌을 리는 없고 이전에는 자신이 차별을 당했다는 것조차 인식하거나 말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법이 생기면서 “아, 이게 차별이었구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런 점에서 차별금지법은 사회 안에 존재하던 차별을 더 가시화하고 구제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한열기념사업회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잘 모르는 분야의 영역이나, 활동 현장에서 오며가며 마주칠 수 있는 분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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