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이철빈이라고 합니다. 2022년에 전세 사기를 인지한 후 피해자로서 활동하다가 현재는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서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주로 언론 인터뷰, 기자회견이나 토론회에서 대외적인 메시지를 내며 활동하고, 실무적인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5년 정도 공간대여 플랫폼 회사를 다녔는데, 행정 업무들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운영하던 주택 임대 관리업 일을 통해서 다양한 직무의 일을 했었습니다. 그때의 경험들이 현재 대책위 활동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회사는 본격적으로 대책위 활동하면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Q. 이한열 장학 사업에 어떻게 지원하게 되었나요?
A. 작년(2024년) 연말에 SNS 공고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한열 열사는 역사를 공부하면서 당연히 알고 있긴 했는데, 기념사업회가 있는지는 잘 몰랐습니다. 공고를 발견하고 이한열 장학 사업 중 소셜 펠로우를 선정해 활동을 지원하는 취지가 좋다고 생각했고, 대책위 활동하면서 조금 더 응원받고, 지지받고 싶은 마음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소셜 펠로우 선정 및 활동 전과 후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음, 사실 이한열 열사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6월 민주항쟁 이런 거 다루면서 이한열 열사가 시위 과정에서 최루탄을 맞아서 돌아가셨다 이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한열 기념관에 가보고 이한열 열사가 어떤 분이셨는지 조금 더 알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조금 특별했던 게, 이한열 열사가 돌아가시기 전에 상계동의 철거민 투쟁에 함께 연대하셨던 기록이 있더라고요.
그 부분이 새로웠는데, 이런 전세 사기 문제가 사실 주거 운동 혹은 주거 문제, 세입자 운동의 관점에서도 다룰 수 있는 문제인데, 이게 거슬러 올라가면 철거민들이 도시에서 투쟁했던 역사와도 또 연결되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한열 열사가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인물로만 남는 게 아니고 내가 활동하는 영역에서도 또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셨던 분이구나’라는 연결점을 찾을 수 있었던 게 용기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Q. 이전에도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했었나요?
A. 전세 사기를 겪기 전에 주택임대관리업을 하면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은 계속 있었습니다. 다만 해당 문제의 당사자는 아니었던 거죠. 그리고 이러한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결국에는 정치적인 문제로 갈 수밖에 없잖아요.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전세 사기로 인해 당장 주거를 잃고 빚더미에 앉는 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논리로 싸우고, 논의를 거부하는 일을 겪으면서 정치 문제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생각해보게 된 것 같습니다.
Q. 3년 동안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까요?
A. 2023년 초에 국회 간담회가 있었는데, 끝나고 사람들끼리 이제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몇몇 분들이 전화를 받으면서 굉장히 놀라시는 거예요. 알고 봤더니 인천 미추홀구에서 같이 활동하시던 한 분이 이제 자살로 돌아가신 것이었습니다. 바로 내 옆에서 활동을 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일을 경험하게 되니까 굉장히 슬프기도 하고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이게 당장 다른 사람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 우리 문제다’라는 걸 느끼게 되면서 그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전국 단위의 피해자 대책위를 만들고 우리가 같이 활동을 해보자라는 그런 공감대가 많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피해자분들이 돌아가셨다라는 소식을 들을 때 정말 힘든 것 같습니다. 그냥 슬프기만 한 게 아니고 충격도 받고 그냥 왠지 모르게 내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죄송스러워지는 것도 있고요. 그리고 피해자 대책위나 우리 사회가 조금만 더 빠르게, 열심히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으면 이분이 살아계셨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일종의 부채 의식이 생겨서 그럴 때 많이 힘든 것 같습니다. 그런 순간들이 좀 많이 기억에 남고 이제 특별법을 이제 느리지만 아주 조금씩 이렇게 바꿔왔던 이런 기억들도 좀 많이 기억에 남고 그렇습니다.
Q. 단기적인 목표,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먼저 단기적인 목표로는, 대선 이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그에 맞춰 대선 캠프에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고, 새로운 정부에 국정과제로 담겨서 전세사기 문제가 좀 더 확실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우선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는데, 내년 6월까지 전세 사기 관련해서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되게 많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피해자들이 지자체에 요구하는 건 이러한 것들이다, 이런 것들을 해야 한다’등의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표준 조례안들을 만들어서, 지방선거에서 뽑힌 후보들에게 이런 조례를 좀 관찰시키고 계속해서 발표하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엮은 대책을 제안하려고 하는 것들이 좀 있는 거고요. 또, 전세 사기가 결국에는 법 등의 제도들을 바꿔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전세 사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세입자들이 조금 더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되도록 저희가 열심히 노력하는 것들이 또 있는 거죠.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소셜 펠로우 장학 사업이 덕분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의 활동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한동안 고정 수입 없이 지냈는데, 사실 대책위가 공식적인 활동으로 인정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소셜 펠로우에 선정이 되고, 후원금을 받으면서 ‘아, 이거를 사회에서 인정해 주는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된 첫 사례가 됐죠. 그래서 그 부분이 되게 든든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전세 사기 문제에 많은 관심도 부탁드립니다. 단순하게 돈을 늦게 받는다, 돈을 못 돌려받는다의 문제가 아니고, 전세 사기로 인해 주거 불안의 문제, 전세대출 채무의 문제 그리고 시설 관리가 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우려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파생시킵니다. 많은 분들이 직장에서 퇴사하시고, 사회적인 문제들로 확장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여겨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좀 드리고 싶습니다.
또 한국에 세입자가 수백만 명인데, 이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평범한 시민들이 살기에도 좋은 사회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집을 갖지 못해도 괜찮게 살 수 있는 사회여야 우리의 민주주의가 더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주거의 문제를 단지 ‘집값이 오르내리고, 나한테 이득이 되고 손해가 되는지’의 문제로 보는 게 아니라, ‘삶의 기본권을 누리느냐 아니냐의 문제’, ‘우리의 민주주의가 더 건강해지느냐 나빠지느냐의 문제’로 보고 우리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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