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정 - 한국다양성연구소 활동가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이한열 선배님의 이름을 건 펠로우가 된 해에 12.3 내란사태를 겪으며, 이한열펠로우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지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한열 펠로우의 선정은 단절되어 있다고 여겨졌던 선배 활동가들과의 연결을 느끼게 된 소중한 시작점이었습니다. 이후 이한열 열사 추모제에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지로서 선배 활동가들과 함께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당최 현실감조차 들지 않았던 전제군주와 같은 계엄령 선포와 내란사태를 겪으며 어느 시대에나 이한열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민주주의는 쉽게 얻어지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의 쟁취를 위한 투쟁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저는 다양성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동지를 모으고 연결하는 운동을 지속해나가겠습니다.
여성,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사회적 차별은 삶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문제는 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자살률은 상대적으로 3-5배가 더 높은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변해야 하는 것은 소수자가 아니라 사회라고, 수많은 당사자 운동을 하는 동료들조차 공고한 차별이 계속되는 가운데 스스로 삶을 끝내고 있습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의 운동은 제발 죽지 말아달라고 손을 내밉니다. 누구나 있는 모습 그대로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수많은 앨라이들의 등장을 바라며 10년쨰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크고작은 기회들은 연구소의 활동기회를 넓혔고, 해야할 일은 늘어났습니다. 많은 활동이 필요한 만큼 활동가가 늘었지만 모든 활동가들의 고용지속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 모든 활동을 ‘자기가 원해서 하는 희생’ 즈음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은 까닭에 활동이 확대될수록 활동가들의 소진과 고용의 불안정성은 커졌습니다. 연구소의 활동이 아직은 멈출때가 아니라고 여기지만,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지원받은 이한열펠로우십을 통한 도움은 연구소 활동 지속에 중요한 주춧돌이 되어주었습니다. 활동가들의 고용을 유지했고, 활동을 넓혔으며,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멈추지 않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덕분에,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청소년들과 일상적으로 만나며 다양성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청소년이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고, 자신을 긍정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이를 바탕으로 사회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세팅을 하였습니다. 또한 모두를 위한 화장실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고, 의식을 지배하는 공간의 변화를 만들기 위한 집담회, 전시회 전국투어, 사례집 발간을 진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다양성연구소라는 작은 울타리를 넘어서서 보다 많은 분들이 현장에서 다양성훈련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량을 갖고, 사회변화의 주체로 초대하는 분들이 되어주실 수 있도록 교사, 사회복지사, 청소년지도사, 보건의료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다양성훈련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을 긴시간 진행하였습니다.
정말 힘든 한 해를 잘 버티면서, 필요한 싸움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