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하게 차려입은 회갈색 오버코트.
겨드랑이의 철학노트가 제법 냉정하게 보인다.
경사진 일방도로를 걸어내려오며 친구의 입김과 썩지 못하는 낙엽,
저 멀리 어느 시인의 기념비가 어우러진다.
회갈색 하늘은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받지않고
어제 내린 비로 아스팔트는 마냥 물만 흘러내리고 있다
아!
내가 여기 있음은 나의 뜻이다.
내가 두툼한 코트를 장롱에서 꺼낸건 나의 손이다
문득 나를 확인하고픈 가을 아침에
스스로, 패배주의를 온몸으로 거부하고자
스스로, 있음을 더듬고자
난 친구의 발걸음 뒤를 종종 따라가며
어느 시인의 감상주의를 슬쩍 그 기념비 안에 가두어 버린다.
아아~
올 가을은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나에게 투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