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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수 - 영안실 벽에 구멍 뚫은 경찰, 그의 시신을 강탈했다
풍물패 '햇새벽’ 박창수는 부산 문현동 산동네 슬레이트집 단칸방에서 부인, 아들, 딸 네 식구가 살았다. 어려운 삶에도 함께했던 동료들의 아픔을 먼저 생각했고, 노동자들의 진정한 일터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현장 내 풍물패 '햇새벽'의 회원이 되었다. 한진중공업 햇새벽 풍물패는 1989년 최초로 민주노조가 세워지면서 만들어졌다. 박창수는 노동조합 활동에서도 모범적이었다. 위원장으로 출마하기 전까지 현장 활동가의 역할을 충실히 실천했고 노동자다운 삶의 철학을 갖고 있었다.
94% 압도적 지지로 위원장 당선 한진중공업은 1987년 7월 25일 어용노조 25년의 왜곡된 역사를 깨고 조합원들의 주체적인 힘으로 민주노조 깃발을 당당하게 세웠다. 당시 민주노조 위원장의 자리는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국가와 자본의 탄압이 심했다. 박창수가 민주 후보로 확정됐고, 조합원 94%의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됐다. 임기 시작과 함께 전노협, '연대를 위한 대기업 연대회의'(이하 대기업연대회의)에 가입해 부산 지역 민주노조의 중심적 역할을 했다. 박창수가 위원장에 당선되자 정권과 자본은 강성노조로 낙인찍고 노조 활동 전반을 감시토록 했다. 당시 대우조선이 크레인을 점거하고 파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간부들은 이를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지 논의하기 위해 1991년 2월 의정부에서 수련회를 가졌다. 공동선전물 제작 배포와 투쟁기금 지원을 결의하고 다시 수련회장을 나오던 중 참가자들은 기다리고 있던 경찰들에게 연행됐다. 경찰은 72시간의 법적 구금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조사를 진행했고 박창수도 구속됐다. 위원장이 구속되자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의 일상적 활동은 마비되다시피 했다.
안양병원에서 의문의 죽음 1991년 5월 4일, 강경대 학생 죽음 규탄 및 공안탄압 분쇄 집회를 마치고 행진하는 도중에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던 박창수 위원장이 의문의 부상을 입고 안양병원으로 후송됐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한진중공업 노조 간부들과 박창수 위원장 부인이 안양병원으로 급하게 올라갔다. 후송된 박창수는 이마를 수술하고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다. 재소자 신분이었기에 중환자실 앞에는 교도관들이 지키며 면회자를 통제하고 있었다. 이러한 통제 속에 있던 박창수는 5월 6일 새벽 5시경 안양병원 건물 뒤쪽 어린이 놀이터 시멘트 바닥에서 의문사한 상태로 발견됐다. 의사와 간호사가 박창수를 소생시켜 보려고 노력했으나 끝내 살려내지 못했다. 의사가 자리를 떠나자 곧바로 경찰 병력이 시신을 가지고 가겠다며 몰려왔다. 이에 가족과 노조 간부들은 시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주변 구조물로 바리게이트를 설치하고 변호사와 의사가 도착할 때까지 버텼다.
백골단, 영안실 벽 뚫고 시신 탈취 박창수 위원장 주검이 영안실에 안치되면서 영안실 주변은 경찰과 사수대 간의 대치 전선이 형성됐다. 경찰은 시신을 빼앗기 위해 영안실 입구로 최루탄을 난사하며 진입을 시도했지만 입구를 뚫지 못하자 지하 영안실 벽을 부수기 시작했다. 백골단이 구멍으로 밀려 들어오자 좁은 영안실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시신은 강제 탈취되고 말았다. 경찰은 강제로 부검을 하고 시신을 다시 가족에게 넘겨주었다. 이날부터 박창수 위원장 옥중살인 진상규명 투쟁이 안양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부산 영도조선소는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고, 전체 조합원들이 상경해 서울 곳곳을 다니면서 호소했다. 안양 시내는 매일 저녁 경찰과 시위대 간의 난투전이 벌어졌다. 수많은 활동가들이 연행되고 다쳤다. 결국 진상규명을 다하지 못하고 장례를 치러야만 했다. 박창수 열사의 죽음은 노태우 정권의 공안탄압이 만들어 낸 타살이다. 열사를 죽음으로 내몬 노동탄압 행위에 대해 국가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하며 사건 관련 자료들을 일체 공개하고 이를 재조사를 진행 중인 진실화해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특히 당시 정권과 공안기관은 한진중공업 노조 간부들과 조합원들에게 "전노협만 탈퇴하면 박창수는 풀려날 수 있다", "대기업연대회의에 한진중공업 노조가 앞장서지 않도록 박창수를 설득하라"며 회유했던 것이 드러났는데 이에 대해서도 명확히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저자 : 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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