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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세용 - "우리는 무엇을 했습니까?" 끝까지 구호 외친 '경원대 횃불'
마지막 순간까지 온몸으로 항거했던 천세용. 그는 스무 번째 생일을 이틀 앞둔 5월 3일 밤 10시 14분, 자신을 키워준 외할머니와 동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었다.
민족사연구회·현대사연구회 동아리 활동... 말보다 실천 천세용 열사가 고교 재학 시절, 전교조 가입을 이유로 여러 선생님들이 교단을 떠나야 했다. 열사는 동료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지지하는 활동을 적극 벌여나갔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을 인식했고, 이러한 역사의식은 대학에 와서도 이어졌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낮에는 건설 노동일과 세차장 알바를 하며 학비를 벌었고, 야간 강좌에서 수업을 들었다. 어려운 형편에 일찍부터 사회를 경험해서인지 열사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관심이 높았고, 늘 고민과 생각이 많았다. 1990년 경원대학교(현 가천대학교) 전자계산학과에 입학한 열사는 동아리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민족사연구회 '한얼'에서 역사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공부했고, 현대사연구회 '열린마당' 활동은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비판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투쟁의 선봉 '횃불대' 대원이 되다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1990년 5월 메이데이 집회와 6월 10일 전대협 방북대표 임수경 학생의 공판 투쟁에 참여했다가 서초경찰서로 연행되기도 했다. 특히 열사는 1학년 때부터 경원대학교 총학생회 산하 '횃불대'의 대원으로 활동했다. 횃불대는 전남대의 오월대, 조선대의 녹두대처럼 당시 대학마다 꾸려졌던 투쟁선봉대였다.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등 민중 스스로의 힘과 노력만이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는 믿음 속에 이를 적극 실천하기 위해 경원대 민주주의학생연맹에도 가입했다. "나의 사랑 횃불대! 통일과 단결로, 비타협적인 투쟁으로 끝끝내 파쇼의 무리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역사의 새 주인 노동자와 민중 형제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건설합시다. 역사는 여러분과 함께 전진할 것입니다. 5월 3일, 세용" (분신 당시 횃불대 대원들에게 남긴 글 전문)
학보사 컷 기자 활동... 공대 건물에서 분신하다 열사가 2학년이 된 1991년 3월 16일 '수서비리 은폐 정권 규탄 국민대회'가 열렸다. 이를 계기로 경원대에서는 '노태우 정권 완전 타도와 전투적 민중연대를 위한 경원 청년학생 특별위원회'가 구성됐는데, 열사는 여기에 가입해 적극 활동했다. 그러던 중 명지대 강경대 학우의 죽음을 보면서 열사는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고, 야만적인 폭력진압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졌다. 1991년 5월 3일 오후 3시 15분경이었다. '강경대 학우 폭력 살인 자행한 노태우 정권 타도를 위한 애국 경원 2차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던 때였다. 열사는 공대 건물 희망관(F동) 2층 난간에서 시너를 뿌리고 분신했다. '살인정권 폭력정권 노태우 정권 타도'를 외치다 6미터 아래 1층으로 떨어졌다. 당시 시위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의 사진을 통해 열사의 분신 광경은 지울 수 없는 역사의 기록으로 남았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습니까?" 열사의 장례는 5월 9일 문익환 목사님을 장례위원장으로 하고 민주국민장으로 열렸다. 오후에는 경원대 대운동장에서 민주국민장을 치른 뒤 장례 대열이 성남시청으로 행진을 했다. 그리고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영원한 안식처를 찾았다. 열사는 치열한 변혁의식과 활동으로 당시 노태우 정권이나 보수야당에 청원하는 방식이 아닌 민중 스스로의 힘으로 민주주의, 노동해방, 인간해방을 이룬 '민중의 나라'를 열망했다. 이러한 열사의 열망은 그가 남긴 유서의 구절구절마다 담겨 있다.
"학우들이여, 우리와 같은 학우들이 쇠파이프에 맞아 죽고 꽃다운 청춘을 불사르는 동안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습니까? 노태우 정권과 독점자본가들이 1천만 노동자와 4천만 민중형제들을 착취, 수탈하고 저항이 있는 곳마다 광폭한 탄압을 휘두르는 동안 과연 우리는 무엇을 했습니까? ···(중략)··· 오직 민중의 힘으로, 민중의 손으로 노태우 살인정권을 타도하고, 새로운 민중의 나라를 건설하는 날까지 힘차게 투쟁합시다. 재벌에겐 특혜분양, 민중에겐 물가고통 노태우 정권 타도!" (5월 3일 천세용 열사가 남긴 유서)
저자 : 심우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