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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개 |
2019년 《보고 싶은 얼굴》에서 만나는 세 번째 얼굴 - 이옥순
그는 자기 삶의 철저한 ‘주인’이고자 했다. 스스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삶을 위해 온몸을 던졌다. 농성도, 투옥도, 수배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죽음까지 각오하고 유서를 남겼다. 그가 남긴 책 제목《나 이제 주인 되어》처럼, 그는 끝까지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았다.
이옥순. 누군가는 그를 80년대 노동운동의 기폭제가 된 원풍모방 노동조합 농성의 주역으로 기억한다. 누군가는 3년 4개월의 수배 생활을 버티며 노동운동계의 전설로 남은 서울노동운동연합 위원장으로 기억한다. 누군가에게는 그가 독보적 여성 통일운동가로 남아있을 것이다. 1954년 전라북도 정읍에서 나고 자란 ‘농촌 소녀’ 이옥순이 상경하여 임금노동자가 되기까지는 우리가 흔히 아는 사연을 그대로 따른다. 여고를 다니던 중 가세가 기울고, 동생들 등록금이라도 보태기 위해 서울로 향하고, 봉제공장과 색연필 공장 등 영세한 공장에서 힘겹게 일한다. 그러던 중 대단위 사업장인 원풍모방에 들어가게 되고, 그때가 그의 나이 스무 살이었다. 원풍모방 입사는 그가 노동운동가로 거듭 난 계기가 된다. 당시 원풍모방 노동조합은 노동운동 일선에서 가장 치열하게 싸운 노조다. 리더십과 활동력을 타고난 이옥순에게 노동조합 활동은 사회정의를 깨우치고, 동지들에 대한 사랑을 사무치게 새기는 삶의 터전이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원풍노동조합의 문제가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략) 우리는 더 이상 물러날 수도 없고 양보할 수도 없는 곳까지 밀려왔습니다. 저는 내일 일도 알 수 없는 입장에서 조합 일을 하고 있기에 혹 언제 어떤 식으로 죽게 될지 몰라 미리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딸은 결코 비겁자가 되지는 않겠습니다.”
1989년 초 수배가 해제된다. 그리고 그때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나 이제 주인 되어》를 펴낸다. 이 책은 후배 노동운동가들의 필독서가 된다. 이즈음 그는 서서히 통일운동에 눈을 돌리게 된다. 주변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석방 장기수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나눔의 집’으로 봉사를 나가면서부터다. 그리고 이곳에서 평생의 반려가 될 권낙기 선생을 만난다. 권낙기 선생은 이른바 ‘경상도 간첩단 사건’이라 불린 ‘제2 통일혁명단 사건’에 연루되어 18년 간 형을 살다 1989년 출소했다. 서른일곱 살 이옥순은 여섯 살 연상의 권낙기 선생을 존경하고 사랑하게 된다. 두 사람은 1991년 결혼한다.
# 문지영 작가
정치학으로 대학 졸업장을 받았으나 서른 즈음에 다시 미술공부를 시작했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의문을 갖는 것을 좋아하며, 사소하고 주변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다. 가족사를 바탕으로 장애인, 환자, 여성과 같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주변인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을 향한 폭력적 시선에 대해 물음을 던져 왔으며, '정상성'의 허약함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최근에는 사회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종교', '제의', '미신' 등의 키워드로 풀어내며 작업의 외연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예술이 곧 삶이 될 수 있는 실천적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의 연결고리로 쓰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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