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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보고 싶은 얼굴》에서 만나는 네 번째 얼굴 - 제종철
1969년 경남 진주 문산에서 아버지 제경재와 어머니 강우순의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모님 결혼 15년 만에 얻은 귀한 자식이었다. 문산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마치고 진주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씨름대회에 나가기도 했던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건강하고 활달했다. 고등학생 때는 야간자율학습시간에 도망가기도 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1987년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학과에 진학, 1987년 6월 항쟁 때 처음으로 시위에 참여했다.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알아가면서 가슴 아파했고,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1991년 함께 활동했던 후배 남현진이 군대에 가서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된 것은 큰 충격이었다. 1994년 한국대학 총학생회연합 연대사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정보처리 1급 기사 자격을 취득하여 군복무를 대체했다. 1998년 정영자님과 결혼, 아들 민국을 얻었다. 2000년부터 의정부에서 지역 운동을 했다. 저소득 어린이 무료공부방인 ‘느티나무’를 개설하고, ‘청년문화학교’를 개최했다.
2002년 온 국민의 관심이 월드컵에 쏠려있을 때,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희생되었다. 제종철은 ‘미군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 심미선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에서 활동했다. 두 여중생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가해자인 미군이 법의 심판을 제대로 받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찰은 오히려 미군을 감싸고, 분노하는 시민들을 연행했다. 미군은 끝내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03년 11월 20일. 그의 생일이기도 한 날 그는 ‘노동자학교’ 준비를 위해 사람을 만났다가 오후 11시가 넘어 헤어지고, 11시 16분 부인과 전화통화를 했다. 52분 의정부역을 빠져나가던 전동차 기관사는 선로에 사람 형체가 보여 급하게 정지했다. 관성에 의해 나가던 전동차가 멈추고, 기관사가 내려 전동차 아래를 보니 사람이 머리를 역 쪽으로 하고 엎드려있었다. 119구급대가 와서 보니 이미 숨이 멎은 상태였다.
제종철의 죽음엔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는 자살할 이유가 없었다. 역을 통과해 지나가면 그만인 그가 왜 철길로 갔을까? 혹여 그가 실수로 선로에 엎드려 있었다 해도 전동차 아랫부분과 바닥 사이에는 사람이 누워도 다치지 않을 정도의 공간이 있다. 기관사도 사람을 친 느낌은 없었다고 했다. 그의 사망 원인은 등 쪽에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생기는 흉부대동맥 파열이다. 엎드린 사람이 머리가 아니라 등에만 강한 충격을 받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그의 죽음은 여전히 밝혀야할 의문투성이이다. 항상 사람이 먼저였던 제종철,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의 웃음을 먼저 떠올린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궂은일을 앞장서 하던 이였다. 많은 일을 해내느라 시간에 쫓기면서도 가족을 진심으로 아끼던 가장이었다. 그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든든함을 느끼던 이들이 이젠 그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아픔을 느낀다.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되었을 당시 그의 나이 35세였다.
# 박불똥 작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중3까지 살았다. 시골인 고향에서 대도시 서울로 건너오다가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가 너무 넓어’ 발이 잘못 빠진 바람에 2년 동안 신문배달과 노점상 등 때 아닌 생계전선에 나섰고 뒤늦게 배문고를 거쳐 홍익대 미대에 진학했다. 33개월 병역과 5년간의 복학생 노릇을 마친 뒤 이른바 ‘80년대 미술운동’에 뛰어들어 현재까지 민중미술가로 활동 중이다. 그저 형식미만 탐닉하기보다 이런저런 삶의 내용도 작품에 담아내려 애쓴다. 소비욕망의 강력한 유혹이자 체제 지배력의 근간으로 작동되는 ‘상품광고’는 첨단 자본주의 속에 살고 있는 한 불가분의 환경이고 불가피한 일상이되, 불행히도 그 시청각들을 무심히 즐기지 못한 채 극히 혐오한다. 그러나 작가가 작업에서 구사하는 서사방식은 역설적으로 다분히 ‘광고스럽다’. 진보한 동시대 시각매체로 무한복제를 살포해대는 광고와 진부한 구시대 회화매체로 일품성 원작 생산을 고수하는 예술, 그 ‘전쟁’과 ‘평화’의 중간 지점에 자리한 교집합의 미술이 사진콜라주(포토몽타주) 작업, 곧 ‘사진으로 그린 그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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