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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보고 싶은 얼굴》에서 만나는 두 번째 얼굴 - 고정희
짧은 머리에 커다란 눈동자, 수줍은 웃음이 눈에 띄는 고정희 시인은 시를 통한 구체적 현실 참여와 여성문화 운동의 선봉자 역할을 했다.
본명은 고성애. 1948년 전남 해남에서 5남 3녀 중 장녀로 태어나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했다. 1975년 시인 박남수의 추천으로 <현대시학>에 ‘연가’, ‘부활과 그 이후’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후 타계하는 해인 1991년까지 모두 열 권의 시집을 발표했다. 1980년 초반부터 허형만·김준태·장효문· 송수권·국효문 등과 ‘목요회’ 동인으로 활동하였고,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여성문학인위원회위원장, 시창작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1984년부터는 기독교신문사, 크리스찬아카데미출판간사, 가정법률상담소 출판부장, <여성신문> 초대편집주간을 거쳐 여성문화운동 동인인 ‘또 하나의 문화’에서 활동하는 등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하였다. <여성해방문학>에 ‘우리 봇물을 트자’라는 권두시를 실으며 여성문화운동의 체계적 활동을 펼쳤다. 이 시기를 시인은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광주에서 시대의식을 얻었고 ‘또 하나의 문화’를 만나 민중에 대한 구체성과 페미니스트적 구체성을 얻었다. 이들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것이며 이는 나의 한계이자 장점이다.”
시인이 가장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했던 1980년대 그의 시는 이처럼 기독교적 세계관의 지상실현을 꿈꾸는 희망찬 노래에서부터 민주화를 지향하는 역사의식과 탐구정신까지 감싸 안고 있다.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한 장시집(長詩集) <초혼제>(1983)는 5·18광주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남도가락과 씻김굿 형식을 빌려 민중의 아픔을 위로한 시로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는 강한 의지와 생명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노래한 시인의 면모가 스며 있다. 주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일상과 시상에 거침없는 당당함과 실천적 태도로 주위 사람들을 고무시키고, 권위주의와 획일주의를 벗어난 행동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시인은 시를 쓴다는 것에 대해 “내가 믿는 것을 실현하는 장이며 내가 보는 것을 밝히는 방이며 내가 바라는 것을 일구는 땅이었다”고 말한다. 조옥라 동인에 의하면, “그는 매일 아침, 신새벽 해가 어슴푸레 떠오르기 시작할 때 시를 쓰곤 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안개로 뒤덮인 안산의 야산들이 해가 뜨면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때였다. 일어나서 곧 책상을 정리하고 자신의 고해성사를 하듯이 책상 앞에 정좌하고 써내려 가곤 했다”라고 시인을 회상한다.
198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나타난 페미니즘 운동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는 시인은 직설적이며 강건한 남성적 문체 위에 여성적 열정과 섬세함으로 남녀차별과 사회모순을 꿰뚫었다. 진심어린 시인의 사회와 약자들에 대한 사랑은 여성해방과 시인의 삶과 사랑에 대해 노래하게 했으며 사실상 끊임없이 기존의 민중 운동과 여성 운동을 결합시키고자 노력한 운동가였다. 그러나 1991년 6월 8일 ‘또 하나의 문화’ 월례 논단에서 여성주의 리얼리즘과 문체혁명을 주제로 발표를 마치자마자 평소 그의 시의 모태가 되어 온 지리산 등반을 감행하여 이튿날 뱀사골에서 실족, 43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그 짧은 생을 예고라도 하듯이 시인은 30세 이후 거의 매년 시집을 한 권씩 낸 셈이니 그가 만들어낸 사랑과 혁명의 언어들은 지금도 우리들 가슴에 남아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심어나가고 있다.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시집으로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1979), 《실락원 기행》(1981), 《초혼제》(1983),《이 시대의 아벨》(1983), 《눈물꽃》(1986),《지리산의 봄》(1987), 《저 무덤 위에 푸른 잔디》(1989),《여성해방출사표》(1990), 《광주의 눈물비》(1990),《아름다운 사람 하나》(1991)와 유고시집으로《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1992)가 있다.
# 윤석남 작가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평범한 전업 주부에서 40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시대 여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며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주요 작가가 되었다. 여성 해방 문화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또 하나의 문화’ 회원으로 여성문제를 탐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했다. 작품 <금지구역 I (1995)>은 영국 ‘테이트 2015 컬렉션’에 선정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가는 고정희 시인과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 “1988년도의 <우리 봇물을 트자>라는 전시는 한국에서의 여성 해방 시와 여성주의 미술을 추구하는 다섯 분의 화가들이 만나 꾸민 전시였고, 그 전시를 통해 그분과 더욱 깊이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최근에도 회화, 조각, 설치를 통한 왕성한 작품 활동과 드로잉과 에세이가 담긴 그림책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를 선보이며 모성애, 환경 등의 주제로 끊임없이 삶과 예술이 융화된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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