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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개 |
2016년 《보고 싶은 얼굴》에서 만나는 다섯 번째 얼굴 - 문수스님
속명 윤국환. 출가 전 속세에서의 생활은 밝혀진 바가 많지 않다. 기독교 집안에서 나고 자랐으나 가족 중 홀로 불교에 귀의했다. 오대산 월정사에서 시현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86년 사미계를, 1990년에는 구족계를 각각 받았다. 중앙승가대학교에 다니던 1998년에는 학생회장을 지냈고, 통도사, 희방사, 해인사에서 수행했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 경북 청도 대산사에서 주지 소임을 맡았다. 스님의 마지막 거처는 경북 군위 지보사였다. 3년 간 두문불출하며 일종식(1일1식)으로 견디면서 가부좌를 틀고 면벽 수련을 했다는 것이 지보사 총무 견월스님의 말이다. 스님은 견월스님과 식사 공양을 해주는 보살 외에 누구와도 말을 나누지 않은 채 홀로 정진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아 신문 읽기를 즐겼다고 한다. 신문을 매일 배달해 읽을 수는 없어 종종 시내에 나간 사람이 사다 넣어줄 때만 읽었다.
그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개발계획' 소식을 접했다. 생명을 파괴하는 난개발에 스님은 괴로웠다. 온 몸으로 저항하기로 결심했다. 머물던 절에서 머지않은 군위군 사직리 위천 잠수교 제방에서 소신공양을 했다. 2010년의 5월 31일의 일이다. 유품은 승복 한 벌과 승려증, 흰 고무신 한 켤레, 수첩, 볼펜 한 자루, 현금 10만원과 책 몇 권이 전부. 남긴 물건은 적으나 유언은 크고 무겁다. 행여 유지가 흩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는지, 스님은 같은 유서를 세 곳에 남겼다. 제방 위 유품 속 수첩과, 지보사에서 머물던 자신의 방 바닥, 그리고 자신이 입고 있던 승복 윗도리에 볼펜으로 적어 놓았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 첫 장에는 이런 글이 씌어있었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두 번째 장에는 동료 스님에게 먼저 떠남을 미안해하는 글이 담겨있었다. 문수스님의 도반이었던 각운스님은 문수스님이 즉흥적으로 소신공양을 한 게 아니라 치밀한 준비과정을 거친 듯 하다고 전한다. 워낙 일종식으로 속을 비우고 살을 빼 몸은 내장까지 금세 화마에 사그라졌다. 마지막까지 가부좌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듯, 손을 부처님 모습처럼 올리고 자세를 가지런하게 했다는 것이 각운스님이 전하는 문수스님의 마지막 모습이다.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불교연대)'는 4대강을 살려내겠다는 스님의 뜻을 기리기 위해 스님의 육신을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에 나누어 뿌리기로 결정했다. 이어 불교연대는 '24시간 릴레이 기도', '생명평화 대화마당' 등을 통해 스님을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가 소신이라는 극단적 희생을 통해 지켜내고자 했던 우리강의 생명을 살려내는 투쟁에 박차를 가했다. 스님의 희생은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 줌과 동시에 4대강 개발이 내포한 문제를 일깨우고 환기시키는 죽비가 되었다. 불교계는 물론이고 다른 종교계나 사회 모든 분야에서 4대강 개발을 저지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불이 붙었다. 소신한 스님처럼 활활 타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대강 개발사업은 강행되었고, 그 결과 매년 녹조현상과 물고기 떼죽음이 나타나는 등 생태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스님의 희생이 우리 사회에 남긴 숙제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이다.
전시회를 위해 스님과 인연 닿는 많은 분이 힘을 보태주셨다. 도반인 각운스님이 생전의 문수스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불교중앙박물관은 소장하고 있던 스님의 유서 적힌 장삼 등을 대여해주었다. 박경효, 문수스님을 그리다 전시회 오프닝 행사가 열린 날, 예상치 못한 손님도 한 분 왔다. 바로 스님의 여동생이었다. 생전 속가에서의 모습이나 인연을 찾기 힘들었던 기념관으로서는 반갑고도 감사한, 귀한 손님이었다.
# 박경효 작가
부산생. 회화를 전공했고, 예술과 문화 영상매체 협동과정도 수료했다. 지금은 해체된 부산 민족미술인협회(민미협)에서 활동했다.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민중미술콜렉션 기증 작가. 어린 딸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고 그렸다는 그림책《입이 똥꼬에게》(2008년)가 크게 인기를 얻으며 비룡소 황금도깨비 상을 수상했다. 이어서 펴낸《구렁덩덩 새 신랑》(2009년)으로 어린이책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다수의 개인전과 전시회 등의 단체전에 출품했다. 부산을 지키며 활동해 온 '부산지역작가'이며, 원도심창작공간 또따또가 입주 작가를 지냈다. 현재 감만예술창의촌 입주 작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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