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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 이한열추모식 때 재학생 추모기획단장이 읽은 추모사입니다.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9-06-14 13:45:45 조회 : 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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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은 슬픈 달입니다.

푹푹 찌기 시작하는 여름의 더위가 거짓말이라는 듯,

갑작스레 내리는 빗줄기들이 우리의 뜨거운 여름을 앗아갔습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는 가슴으로부터 차오르는 눈물처럼 막을 수 없기에 가끔 허무합니다.

청춘처럼 뜨거운 열기가 비라는 불가항력에 맥없이 스러지는 모습이 참으로 슬프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늘 희망이 있습니다.

32년 전 불의에 맞서 싸우다 쓰러진 이한열 선배님과 이름없는 열사들.

여름 더위만큼 뜨거웠던 과거의 청춘들과 그들이 이루어낸 역사는

2019년 지금까지도 연세인의 가슴에 남아,

젖은 물기를 닦아내고 다시금 뜨겁게 타오릅니다.

선배님 덕분에 우리는 용기를 가지고 더 뜨겁게 타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압니다.

슬픈 유월, 이 비가 그치고, 내일이면 전보다 더욱 뜨거운 열기로 올여름을 채울 것입니다.

뜨거운 유월에서 우리는 32년 전 청춘의 역사를 기억해냅니다.

 

 

 저희 부모님도 대학생 때 데모에 참 많이 나가셨다고 합니다.

이한열 선배님과 비슷한 시기에 대학을 들어가 운동에 힘쓰셨으니

만약 선배님이 살아계셨다면 제 아버지뻘쯤 되겠지요.

부모님께 대학생 시절 학생운동의 자세한 내막에 대해 들어보진 못했습니다.

다만 <1987>과 같은 영화를 통해 그 모습을 조금 엿보았을 뿐입니다.

<1987>에서 저에게 강렬히 남았던 메시지는

6월 민주 항쟁이 오직 한 명의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하나하나 도움을 보태어 이뤄낸 결과라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 세대들이 온 힘을 합쳐 불의와 싸우고 더욱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한 것은

가장 찬란한 우리 사회의 역사 중 하나이며 저희 세대가 배운 위대한 가르침입니다.

저는 그 가르침을 이번 이한열추모기획단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자랑스러운 이한열 선배님의 얼을 기리기 위해 참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한열기념사업회와 사랑하는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사회의 구성원들,

항상 감사하는 선배님들과 동고동락하는 우리 학우들까지.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도움을 보내주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저희 학생들의 일이 결코 헛되지 않으며,

지금 우리들의 방식으로 역사를 기억하고 재현함으로써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지난 토요일 이한열 선배님의 묘소가 있는 광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저는 문득 기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너무나도 고요한 차창 밖 풍경과 기획단원들의 아침잠 숨소리는

여느 MT와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MT의 설렘 대신 무언가 엄숙한 분위기가 낮게 깔려 있었습니다.

광주 망월동 선배님의 묘소에 직접 찾아가 마주할 때 그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선배님이 잠들어 계신 곳을 찾아가고 그날의 일을 기억하는 것은

오늘날과 1987년을 이어주는 우리의 중요한 의무이자 연세대학교 후배들의 정신입니다.

백양로에 걸린 수많은 추모플랑이 바람에 나풀거리는 모습을 보며

정문 앞 선배님이 쓰러지신 장소에 서있으면 그날의 일이 마냥 아득하지만은 않습니다.

학교 건물 곳곳에 설치된 분향소, 선배님의 사진과 코끝에 스치는 향 냄새, 학우들의 진심어린 추모글을 보면

분명 느낄 수 있습니다.

이한열은 연세인의 얼이라는 것을.

 

 

이한열 열사, 오늘 당신을 가슴 깊이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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