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2일, 화) 많은 회원님들이 참석해 주셔서 기념사업회 정기총회 잘 마쳤습니다.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께는 곧 총회 보고서를 우편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번 총회의 가장 중요한 안건은 신임이사장님의 취임이었습니다. 강성구 이사장님의 취임사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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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장 취임사
(사)이한열기념사업회 총회/ 2019년 2월 12일
안녕하십니까? 새로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선출된 강성구입니다. 먼저 여러 가지로 부족한 사람이다 보니 중임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두 어깨가 무겁습니다. 삼가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여러분과 함께 걸어 나가겠습니다.
1987년으로부터 32년이 흘렀습니다. 1987년에 오충일목사님을 회장으로 모시고 ‘고 이한열열사 추모사업회’가 출범하였습니다. 이어서 1989년 고 성내운교수님을 이사장으로 하여 ‘이한열 추모사업회’로 바뀌었습니다만,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습니다. 현재의 조직이 출범한 것은 연대 85학번들이 주축이 된 2008년 ‘이한열장학회’가 모태였습니다. 8년 전인 2011년 2월 ‘사단법인 이한열기념사업회’가 정식으로 출범하였습니다. ‘이한열열사’가 ‘이한열’로, ‘추모’가 ‘기념’으로 바뀌었고, 조직도 ‘사단법인’으로 체제 내로 공식화되어 들어왔습니다. 유족의 기증에 크게 힘입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한열기념관’이라는 물적 토대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하는 과정에서 배은심어머니와 나눈 고민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이한열을 기념하는 일’이라는 책무가 자연인 배은심어머니로부터 법인으로 넘어왔습니다. 문제는 이 법인의 안정성과 책임감, 그리고 지속가능성이었습니다. 가족으로서는 이 법인이 지속적으로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신뢰와 확신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를 완전히 확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저는 이러한 측면에서 법인 출범부터 8년간 이사장직을 훌륭하게 수행해 오신 김학민이사장님의 공로를 높이 평가하며, 이 자리를 빌려 마음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법인 출범 이후 지난 8년간 ‘사단법인 이한열기념사업회’는 조직이 안정되었고 더욱 확대되었으며, 다양한 사업을 통해 존재감을 높여 왔습니다. 어머님과 가족들께서는 8년 전보다 이 조직에 대한 신뢰가 깊어지셨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특히 열사의 모교에서 ‘연세대학교 이한열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공식 출범한 것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매우 큽니다. 앞으로 잘 협력하여 ‘이한열을 기념하는 일’에 더욱 큰 진전을 이루기를 여러분과 함께 기원합니다.
정관에 규정된 우리 조직의 목적은 ‘민주화 과정에서 헌신한 이한열열사의 정신을 계승·기념하며 우리사회의 민주적 발전에 기여함’입니다. 이 목적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 이 조직의 존재이유입니다. 우리의 활동과 사업은 여기에 답해나가는 일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해 11월 개최된 제1회 이한열 학술제 ‘이한열-역사에 자리매김하기’에서 논의된 내용은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에 대해 많은 시사를 주고 있습니다. ‘이한열이 그날 왜 그 자리에 있었을까?’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하여, ‘87년 이한열들’은 어떻게 ‘생애주기에 따른 보수화’를 극복하고, ‘폭발하는 참여와 열광의 순간에 희생된 생명의 정신들을 어떻게 평상의 시간에 잘 기리고 간직하여 좋은 민주주의를 이루어 낼 것인가?’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모두 ‘민주화 과정에서 헌신한 이한열열사의 정신을 계승·기념하며 우리사회의 민주적 발전에 기여함’에 대한 이 시대의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또 하나 ‘이한열이 떠난 후 그의 어머니는 유가협 활동가로서 31년째 아들의 뜻을 실천해왔다.’는 구절도 가슴에 울림과 과제를 줍니다. 배은심어머니의 구술 작업은 올해 주요한 사업의 하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법인이 해야 할 일을 사업, 조직, 재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입니다. 우리 법인의 설립목적을 성실하게 수행해 나가는 것입니다. 사업을 제대로 수행해 나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과 확대, 그리고 재정의 확보로 이어지는 것이 올바른 선순환의 경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사회의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합니다. 이사회는 우리 조직의 유일한 법적 실체입니다. 이사회는 소수의 가족과 상징적 인물들에 더하여 주로 각 분야와 부문별 대표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실제 활동과 사업이 각 분야와 부문에서 수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상정하고 있습니다. 유일한 의사결정구조로부터 한걸음 나아가 이사회가 사업의 실행주체로 자리매김하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향후 우리 조직의 주요한 사업은 이사들의 참여와 책임 하에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사무처에서 일하는 소수의 활동가들에게 우리 조직이 행복한 직장이 되기를 위해서도 애쓰겠습니다. 모든 측면에서 공조직으로서의 ‘공공성’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한열장학생들에게 ‘열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깨어있는 민주시민’으로 살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말을 박명림 교수의 표현을 빌려 우리에게 돌린다면, ‘폭발하는 참여와 열광의 순간에 희생된 생명의 정신들을 어떻게 평상의 시간에 잘 기리고 간직할 것인가?’가 될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가 잘 살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문학과지성사 간 한국문학선집 중 북한문학편에 실린 이상림 시인의 시 하나를 읽어드리는 것으로 제 이야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산 너는 백만/ 이상림
죽은 너는
하나
산 너는
백만
한열아
너의 영구 앞에
백만이 서 있다
숨 막히는 천지를 앞에 두고는
차마 눈을 감을 수 없어
뜨고 간 너의 눈이
백만의 눈이 되어
눌리워 살아서는 사는 것이 죽음이어서
싸우다 싸우다 쓰러진 너
불굴한 너의 넋이
백만의 넋이 되어
자주와 민주를 부르짖던
피 타는 너의 목소리
무서운 뇌성벽력으로
백만 대오에 메아리치나니
죽은 너는
하나
산 너는
백만
아니
삶을 향해 나아가는
수천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