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각오는 했지만, 짐작보다 많이 슬펐습니다.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으려 꺽꺽거리면 등짝이 아프군요.
며칠 전부터 신촌 지하철역의 <1987> 포스터만 봐도 맘이 출렁거렸습니다.
배우 김태리의 무심한 표정에서,
노동자가 죽어가고 대학생이 죽어가고 그렇게 속절없이 사람들이 죽어가던 시대,
살아남으려면 무심해야 했던 시대가 상기되어 맘이 출렁거렸지요.
그 시절에도 스무 살의 풋풋한 설렘이 있었습니다.
미팅도 하고 서클(동아리) 활동도 하고.
그 둘의 대비가 김태리 배우의 무심한 얼굴에 그대로 배어나와
포스터 앞을 지나는 것만으로 울컥울컥했었습니다.
박종철 열사의 어머님이 "부검 전에 손이라도 한 번 만지게 해달라"고 울부짖는 장면,
아버님이 “종철아, 잘 가그래이.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대이”
속으로 꾹꾹 누르며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으실 땐,
보는 이의 맘도 같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연희의 말처럼 그런다고 세상이 바뀔까, 무기력했던 많은 이들이 있었습니다.
가족 생각에 뜻을 접었던 이들도 있었고요.
하지만 한열처럼 '마음이 너무 아파' 외면할 수 없었던 이들 또한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기 앞에 놓인 일에,
작은 그러나 개인이 감당하기엔 태산만큼 큰 용기를 냈었지요.
그 용기들이 모여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졌고요.
특별히 감사의 마음을 전할 분이 있습니다. 이한열 역을 해낸 강동원 배우입니다.
그는 2016년 여름,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나오기 전, (마치 백만 년 전처럼 아득하고 멀게 느껴지지요?)
박근혜의 서슬이 시퍼렇던 때,
배우로서 불이익을 감수할 각오로 제일 먼저 달려와 배역을 수락해주었습니다.
강동원 배우 또한, 작은 그러나 태산만큼 큰 용기를 내주신 것이지요.
배우 강동원님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