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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효죽 교수님이 장례식 노제 사진을 기증하셨습니다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6-07-29 13:12:37 조회 :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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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7월 9일 이한열의 장례식날 시청을 가득 메운 군중들의 사진을 기억하시는지요?

아마 신문지면에 게재되었던 사진 등을 보신 분이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당일 사진은 공권력이 기자들과 군중의 시청 근처 고층건물 진입을 막아 높은 곳에서 찍은 사진이 많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당시 신문지면의 특성 상 컬러로 찍은 사진이 거의 없고 대개 흑백 사진이고요.


여기 공개하는 컬러 사진들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드물고, 귀한 사진입니다. 이 사진들은 오늘 아침 이한열기념사업회 메일로 보내져온 것으로 최초 공개되는 것이지요.


이 사진을 보내주신 분은 최근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일하신 작곡가이자 지휘자 백효죽 교수님. 87년 당시 미국에 살고 계셨던 교수님은 연주 때문에 한국을 방문, 시청 앞 플라자 호텔 12층에 머무셨습니다. 호텔 안에서 역사적 현장을 눈앞에 마주한 교수님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진으로 남기셨습니다.


교수님이 이한열의 장례 행렬을 사진으로 찍고 29년 간 보관해 오신 데는 교수님 당신의 젊은 시절 신념과 정렬이 오버랩됩니다. 교수님 역시 1960년 4.19 혁명 당시 연세대학교 58학번 신과대 학생회 부회장으로, 신과대 학생들을 이끌고 거리로 나서 민주주의를 외치며 청와대까지 행진했던 경험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한국에서의 15년 교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7월 31일 미국으로 귀국하려고 짐정리를 하던 중, 교수님은 짐 속에서 이들 사진을 발견하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한열기념사업회에 연락하여 기증해주신 것입니다.


참 역사란, 정의에의 신념이란, 기억이란 그 힘을 가늠하기 힘들며, 그 힘이 주는 울림 또한 크기만 합니다. 60년에 대학생으로 불의와 싸웠던 젊은이가 87년에 지천명 중년이 되어 ‘후배의 죽음’ 앞에서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 역사의 기록을 남겼고, 이제 팔순을 눈앞에 두고 은퇴를 하시며 그 기록을 후배들에게 전달하시니…. 교수님이 보내주신 사진 파일을 여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답니다.


교수님은 메일을 보내시며 “한국 민주화의 횃불인 이 열사를 높이 기리면서”라는 앞머리를 붙이셨습니다. 기억해주시고 격려해주신대로 이한열의 뜻을 기리는 일, 게을리 않겠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