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언덕에
- 신동엽 -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 속에 살아갈지어이.
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행인아.
눈길 비었거든 바람 담을지네.
바람 비었거든 인정 담을지네.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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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5일 묘역에 가니 하루 전날 다녀간
광주 진흥고 교장 선생님의 글이 있었습니다.
그 글에 소개된 시를 먼저 올렸습니다.
다음은 진흥고 교장 선생님이 남기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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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열사의 28주기를 맞이하여, 광주진응고등학교 총동창회에서 주관하는 열사의 추모식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 우리는, 28년 전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해 산화하신 이한열열사를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현재 우리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민주, 평화는 이한열열사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흘린 피와 땀의 결과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을 생각하며, 다시는 지난날과 같은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하겠습니다.
열사가 학창시절, 선생니과 친구들의 사랑을 받으며 활기차게 생활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학생회장으로서 고등하교 시절을 회고하며 그릇을 만들자 라는 제목으로 쓴 글이 교지(11호)에 실려 있습니다. 드높은 이상, 견고한 실력,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감싸줄 수 있는 원만한 인격 을 갖추도록 노력하자는 다짐이었습니다. 그렇게 착하고 어른스럽던 제자가 28년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온기없는 이곳에서 온누리에 현신함을 바라보니 슬픈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민주적인 가치가 바로 서지 못하고 암울했던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너무나 깊은 생채기를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4.19 의거 때 희생하신 분들의 부활을 소망하며, 신동엽 시인이 산에 언덕에 라는 시에서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라고 표현했듯이, 이한열열사 또한 지금 우리의 가슴 속에 부활하여 다시 화사한 꽃으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숭고하면서도 정의로운 대한의 아들로서, 다정다감하면서도 자랑스러운 진흥의 아들로서 더욱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한열열사는 또한 날로 발전해 가는 학교와 성장해 가는 후배들의 모습을 영원히 지켜 볼 것입니다. 따라서 학교장인 저는 본교 학생들이 훌륭하신 선배의 정신을 기리며,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명문학교를 넘어 위대한 학교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진흥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이한열열사의 고귀한 희생에 경의를 표하며, 열사의 추모식에 참석해 주신 동문들과 내외 귀빈께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2015. 7. 4 광주진흥고등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