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신촌청춘문화제 좌담-
다시 거리로 나온 이한열
2014.11.25. 이한열기념관에서
참가자: 남현영(농악떼) 이경란(이한열기념사업회) 서정호(탈반) 장선태(만화사랑) 한길우(무언가) 최병현(연세민주동문회)
사회자: 문영미(이한열기념사업회)
지난 11월 15일 연세로에서 “2014 신촌청춘문화제”가 열렸습니다. 일 년 동안 함께 준비해 온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문영미: 올해로 41주년을 맞이한 연세 탈반은 그동안 갈고 닦은 동래학춤과 진도북춤을 선보였는데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서정호: 축제가 올 해 처음이라서 부족한 게 많았지만, 대학 내에서 문화 활동을 하던 우리들이 거리로 나왔다는 데 의미가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한열기념사업회도 사람들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울타리를 넘어서 직접 사람들을 만나러 나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보면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것이에요.
문영미: 맞아요. 이번 축제를 통해 이한열 열사가 청춘의 거리인 신촌으로 나왔지요. 그의 장례식이 있었던 1987년 이후 27년 만입니다. 사실 우여곡절 끝에 축제 제목이 ‘신촌청춘문화제’로 정해졌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제목은 이한열과 완벽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그는 영원한 청춘의 상징이기 때문이지요.
또 한 가지 뜻 깊었던 것은 이한열과 세월호의 만남입니다. 세월호 가족들과 강강술래를 뛰면서 이한열이 세월호 학생들의 선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한열기념사업회에서 27년 동안 쌓아온 경험이 세월호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정호: 열사를 추모하는 기념사업회들은 보통 엄숙한 틀에서 벗어나지를 못해요. 지나간 것을 기념만 하지 현재화해서 뭔가를 해볼 엄두를 못내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저도 이한열기념사업회에서 축제를 한다는 게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거리로 나가보니 이한열 열사의 정신이 지금의 역사와 이어지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소중한 경험이었지요.
문영미: 사실 이한열이라는 이름으로 추모가 아닌 축제를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한길우: 그동안 진보진영에서 한계를 많이 느꼈는데 이 축제를 통해 이한열 세대를 만났고 좋은 가능성을 봤습니다. 올해 축제에는 연세대 문화 동아리 선배들이 주로 참여했어요. 그렇다면 앞으로 신촌청춘문화제가 아우를 단체들은 누구일까요? 신촌의 변화를 모색하는 단체인가? 이런 가능성을 탐색해보는 시간이었어요. 젊은 친구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으로 이한열이 거리에 나왔습니다. 이건 위대한 일입니다.
문영미: 블록버스터형 축제를 예산 350만원에 해냈습니다. 한마디로 기적이지요. 장선태 학생은 이한열 열사가 활동했던 동아리 ‘만화사랑’의 재학생 대표로 대선배인 박순찬 화백(89학번)과 함께 이번 축제를 준비했습니다. 재학생과 졸업생의 소통이 잘 이루어진 경우라고 볼 수 있는데요.
장선태: 이번 축제의 기획 의도는 문화동아리들의 활동을 돌이켜보고, 대학문화를 창의적으로 만들어가자는 것이었어요. 돌이키는 것까지는 했는데 대안을 생각해보지는 못했지요. 이 축제의 의미를 한마디로 하면 ‘다시 봄, 다시 돌이켜 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 행사에 대해서 ‘만화사랑’ 동아리 내에서 대체로 무관심했어요. 아무래도 세월호라는 사회적인 이슈를 건드리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축제에 온 만화사랑 회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고요. 특히 선배들이 그렸던 시사만평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요즘은 시사만평을 잘 그리지 않아요.
이경란: 처음 기획 의도와는 다른 축제가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제목이 여섯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문화운동사, 동동축제, 새마을축제, 청춘공화국에서 신촌청춘문화제로.
축제 실무자를 두지 못하고 이한열기념관에서 다 맡아서 하게 되면서 업무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어요. 축제의 결과를 떠나서 1월 20일에 처음 만나서 일 년 동안 함께 준비했던 과정이 소중했습니다. 서로 신뢰를 쌓아가며 유연하게 일했던 게 가장 큰 자산이 되었지요.
문영미: 연세민주동문회에서 축제를 후원해주었는데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최병현: 연세민주동문회는 이번 행사에 대해 크게 만족하고 주최한 분들에 대해 찬양하는 분위기입니다. 내년부터는 좀 더 적극적으로 결합하려고 해요. 한열이와 세월호의 결합이라는 주제가 대중적으로 잘 표현되었습니다.
서정호: 청춘문화제인데 ‘청춘’이라는 이름을 내걸기에는 뭔가 부족했어요. 절반의 성공이라고 봅니다. 발걸음을 떼었다는 데 의미가 있지요.
남현영: 올해의 축제는 이한열이 아직도 신촌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요. 세월호 퍼포먼스가 너무 강렬해서 그것밖에 기억이 안 나요. 다시 한다면 신촌의 다양한 단체들과 함께 준비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문영미 : 이한열이라는 이름은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올 한 해 정말 수고 많았고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