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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민 작가 인터뷰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4-07-17 13:57:18 조회 : 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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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을 머금고 흐르는 공간- 이한열기념관에서

 

 

 

강영민 작가 인터뷰

7월 2일 기념관에서 만났습니다.

 

문영미 (이하 문): 이한열기념관 재개관 특별전 “열사에서 친구로”를 참여 작가인 강영민 작가와의 인터뷰 시간입니다. 안녕하세요? 
강영민 (이하 강) : 네, 팝 아티스트이자 팝아트 조합의 대표인 강영민입니다.

문: 독자들을 위해 팝아트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강: 팝아트라는 것은 말 그대로 pop + art인데요. pop은 popular의 약자에요. 예술이라는 게 소수만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라 popular하게 다수가 즐길 수 있는 그런 예술을 지향하는 장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 “열사에서 친구로” 전시회가 반응이 아주 좋았는데요. 전시를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강: 지난 해 6월에 아트포럼 리의 이훈희 대표가 기획한 ‘26년 전’의 참여 작가로 이한열기념관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되었지요. 그때 제가 ‘6월의 친구들’이라는 작품을 냈어요. 정태원 선생님의 유명한 사진 작품을 패러디한 것이었지요. 그 전시에 참여하면서 이경란 관장님과 문영미 큐레이터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두 분이 이한열 열사를 ‘한열이’라고 부르더라고요. 그런 표현을 들으니 저도 이한열 열사가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기념관이 신촌의 외진 주택가에 호젓하게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신발을 비롯한 유품들이 훼손되어 가고 있는 것도  안타까웠고요. 그때 생각을 했죠. 이걸 흘러간 유물로 그냥 두면 안 되겠다. 나도 20대에 많은 시간을 보내던 신촌 이었는데 신촌이 상업적으로만 흐르고, 신촌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더 나아가 80년대 청춘의 아이콘인 이한열 열사가 잊히면 안 되겠다. 여러 가지 충격과 인상 속에서 구상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죠.

문: 이번에 이한열 열사가 살짝 입 꼬리를 올리고 웃는 ‘이한열 썩소’라는 작품을 만드셨는데요.
강: 네. 이한열의 영정 사진을 팝아트 풍의 단순한 그래픽으로 변형시킨 작품이에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열사가 지금 한국의 모습을 본다면 썩소를 짓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한때 우리들의 모습이었던 청춘이 지금 우리에게 보내는 회심의 미소...
저는 사실 80년대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이 있어요. 그 시대를 생각하면 기형도라든지, 이한열이라든지, 유재하라는 인물이 떠오르죠. 저는 이한열이 그 시대를 대표하는 청춘의 아이콘이라고 생각해요. 이한열을 운동권 진영의 진보 아이콘으로만 남겨두는 게 지엽적이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널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90년대의 청년문화의 아이콘이듯이 이한열도 80년대  청년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 당시는 운동권이 단순히 정치가 아니라 청년 문화 전체였잖아요.
그런 맥락에서 지금의 청춘, 이른바 88만원 세대인 20대 이민지 큐레이터와 함께 전시회를 기획했지요. 또한 20대 후반, 30대 초반인 홍태림과 차지량, 임경섭 작가도 초대했지요. 지금 청년세대가 주체가 되어서 전시를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물론 이한열 열사와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박경효 작가와 X세대인 저와 낸시랭도 참여하여 세대를 아우르며 소통하는 전시회가 될 수 있었습니다.

6월 29일 기념관에서 열린 아티스트 토크


문: 전시회 오프닝에 낸시랭이 떡을 돌려서 화제가 되었고, 낸시랭의 작품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강: 낸시랭은 친한 후배로 10년 넘게 봐왔는데도 잘 모르겠어요. 미스터리한 친구예요. 본능이 아주 발달되어있는 친구지요. 이번에 박정희와 이한열에게 뽀뽀하는 두 사진을 나란히 전시했잖아요.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진영을 같이 전시한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구분하고 나누는 프레임을 다시 생각해 보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오히려 낸시의 무 개념이라는 것이 개념 있는 사람들에게 뭔가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 같아요. 팝아트라는 장르 자체가 그래요. 메시지를 명확히 던지기 보다는 키워드, 떡밥, 바이러스 같은 것을 사람들에게 침투해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죠.
원래 팝 아티스트의 역할이 그런 건데 그거에 비하면 이 전시는 메시지가 명쾌하게 있는 편이죠. 메시지가 분명하긴 하지만 “열사에서 친구다”라고 선언하는 게 아니라 “열사에서 친구로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던진 거죠. 팝 아트라는 게 좋은 질문과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거니까요. 역사는 현재로 살아있어야 하고, 예술이라는 것도 인간의 생명력을 표현하는 것이니까요. 나머지는 관객의 몫이죠. 자기가 내면화에서 어떻게 생각할 지는. 

문: 강영민 작가가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할지 매우 기대가 됩니다. 
강: 이한열 열사 뿐 만 아니라 현대사의 수많은 아이콘들이 있어요. 역사의 아이콘에는 기려야 할 위인도 있고 악당도 있죠. 그런 인물들을 어떻게 지금 시대에 다시 살려볼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러면 그 인물과 함께 했던 시대도 다시 살아나거든요. 그런 것들이 공동체를 다시 회복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공동체가 살아있던 시대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결국 실용주의적으로 돈만 쫒는 세상이 되지 않았나? 오히려 역사라는 공통의 기억을 역동적으로 되살렸을 때 자본주에 침식되어가는 삶을 다시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일종의 historical pop이라고 할까요? 그런 작업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내년에도 이한열기념관에서 6월에 좋은 전시를 함께 하고 싶어요. “열사와 친구로 2”를 할 수도 있고요. 이한열기념관을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받는 장소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힘을 보태고 싶어요.

문: 마지막으로 이한열기념관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강: 작가와의 대화 시간에도 말했지만 홍태림 작가의 작품 제목처럼 “한열이를 머금은 공간,,, 한열이를 지금 여기에 흐르게 하는 공간”, “한열이를 머금고 흐르는 공간” 그렇게 표현하고 싶어요.

 

 

 

문: 이번 전시를 통해 이한열을 친구로 되살려낸 강영민, 낸시랭, 박경효, 임경섭, 차지량, 홍태림 작가와 이민지 큐레이터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interview by 문영미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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