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비가 내린다는 우중충한 날, 산뜻한 젊은이가 기념관에 들어섰습니다. 이번이 네 번째라네요. 이은영간사님의 인터뷰를 읽고 기념관이 있는 걸 알게 되어 박지영 사무차장님이 계실 때 두 번 다녀갔고 김정희 사무차장님이 계실 때 한 번, 그리고 오늘. 다 보셨겠지만 다시 한 번 사진 하나하나, 사진집의 사진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앉아 서로 물어보았습니다. 저에게 언제부터 이 일을 했고 왜 하느냐고 묻더군요. 용인에서 오가느라 3시간 넘는 시간을 길에 뿌리며 왜 이 일을 할까, 지쳐서 집에 가선 아이들에게 짜증내가며 왜 이 일을 할까, 저에게 수도 없이 하는 질문입니다. 왜 이 일을 하니?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당시의 젊은이와 요즘의 젊은이, 당시의 어려움과 요즘의 어려움, 전태일, 이한열, 김진숙의 투쟁까지. 점심시간이 되었는데 먼 길 그냥 보낼 수 없어 설렁탕을 같이 먹으며 더 얘기했지요. 건대투쟁, 강경대, 연대투쟁. 초등학생 때 알게 되어 한열이형이라고 했는데 이젠 제 나이가 더 많네요. 제가 마흔 쯤 되어 형을 생각하면 무슨 기분이 들까요? 아무 인연 없더라도 이렇게 한열이를 형이라고 불러주고 찾아와 주는 이 있어 제가 이 일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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