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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받은 한 학생의 신청서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3-03-15 00:00:00 조회 : 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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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이한열 장학금을 받은 한 학생의 신청서를 여러분에게 살짝 공개합니다.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에서 한열이의 마음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읽으시는 분들을 고려하여 길이를 조금 줄였습니다.) 어떤 말로 이 글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스펙 쌓기’라는 생존적 자기 전시와 포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목소리가 작은 사람이기에 낯선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너무 창피하니까요. 저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부모님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실은 부모님께서 어떤 운동을 하셨는지 잘 모릅니다. 부모님께서 노동자이면서 노동 운동을 하셨다는 것은 어려서부터 들어왔지만 정확히 그것이 어떤 일인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집에 쌓여 있는 노동 운동 서적들과 전태일에 관한 책들이 있었지만 그 오래된 책들이 그저 따분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머리가 커지고 자연스레 현대사에 관심을 가졌지만 정작 부모님께서 어떤 역사 속 개인이었는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걸 물어보기에는 저와 부모님의 사이가 멀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년에 학교에서 다큐멘터리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주제로 다큐를 찍을까 고민하다 혹시 가족을 주제로 할 수 있을까 싶어, 부모님의 과거에 대해 여쭤봤습니다. 두 분은 처음에는 부끄러워 하시더니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게 된 이유나, 같이 노동운동을 했던 대학생 친구에 대한 이야기, 6.10항쟁에 참가했던 이야기 등을 들려주셨습니다. 그 전까지 부모님의 노동운동 전력이 자랑스럽기는 했지만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잘 알 수 없었습니다. 안양지역 노동 운동사를 엮은 책에 부모님의 이름이 실려도 단순히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고만 생각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고, 저는 그제서야 제 부모님께서 내가 배워온 거대한 역사 속에 속해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조금 진부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이번 대선을 경험한 뒤에야 저는 제가 왜 싸워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상식이라고 알고 있고 배워온 것들을 이젠 실천하겠다고 막 다짐한 사람일 뿐입니다. 앞으로 제가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의 힘을 믿고 영화나 소설 같은 매체에 상관 없이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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