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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업회 소식

연세를 애도합니다.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4-01-08 08:20:50 조회 : 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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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를 애도합니다.

오늘 이한열추모비 앞에 놓여있던 쪽지입니다. 


6일 한열동산이 파헤쳐졌다는 보도자료를 마포서 기자실에 보냈고
많은 언론사에서 취재를 했습니다.
아마 학교에도 문의를 했겠죠. ...

7일 아침 일찍 학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만나러 가겠다고.
류00 시설처장, 임00 백양로 사업단장, 어제 통화했던 이00차장이 왔습니다.

사전에 연락을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원상복구를 하면서 조경을 잘 하겠답니다.
그래서 성지로 만들겠답니다.
내년 8월에 완성된답니다.
어제 오후에 이한열추모비를 두고 공사하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옮기는 것이 공사 진행에 원활하니 논의해달랍니다.
앞으로 최대한 우리 의견을 듣겠답니다.
어머니가 심으셨던 나무는 찾은 듯 하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익환 목사님, 계훈제 선생님이 심으신 나무는
아직 뽑히지 않은 나무 중에 있는 듯하다고 제가 알려줬습니다.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사전에 연락할 생각조차 못했다는 건
한열동산을 운영하는 주체로 유족이나 이한열기념사업회, 노수석추모사업회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 아니냐,
그 공간이 추모의 공간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것 아니냐.

우리학교를 민주 연세라고 하는데
연세인 중에 민주에 가장 기여하신 분이 누구냐,
그동안 학교에서 이한열 열사에 대한 예우를 어떻게 했는지 아느냐.
2011년 열사가 쓰러진 곳에 동판을 깔겠다고 하니
시설물 회의가 열리지 않아 못한다고 했고,
2012년, 25주기를 맞아 동판을 설치하겠다고 1월부터 요청했는데
된다고 하다가 백양로 프로젝트 때문에 안된다고 했고
뜯어낼 때 뜯어내더라도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밑에 시설물들 때문에 안된다고 했고,
해마다 기일에 광주 가는 차량 지원을 해달라고 해도 거절했고,
(우리 차량비 있어요. 하지만 학교도 역할을 해야 하는 거죠.)
이한열기념사업회는 후원금으로 어렵게 유지되고 있는데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지원한 적 있냐고.

이00 차장이 어제 답변할 때완 사뭇 다르게
오늘은 이 사람들이 미안하다 죄송하다 했습니다.
어제 이사장님은 묘지를 파헤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울분을 토하셨고
그 말을 그대로 전했을 때 이00 차장이
묘지와 추모비는 다르지 않냐고 비약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신 이사장님,
"그럼 추모비는 파헤쳐도 되나?"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았어도 이렇게 미안하다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태도가 바뀌어서 다행이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구요.
학교에서 기다리고 있는 노수석 추모사업회 사람들을 만난다고
급하게 갔습니다.

며칠 전에 어머니가 사무국 식구들에게 선물로 전통엿을 보내셨습니다.
그게 오늘 오후에 배달됐어요.
다른 곳에서 들으시면 놀라실까봐 어제도 알려드렸지만
선물 잘 받았다는 말씀과 함께 경과를 알려드렸습니다.
어머니가 화를 내시거나 슬퍼하셨으면 차라리 나았을 겁니다.
이러셨어요.
"그 사람들이 깔아(뭉게)버린다면 워쩔 것인가, 깔아져야제."
깔아버리게 가만 있으면 안되죠, 라고 하는데
뭐가 가슴에 꽉...

오후에 학교에 갔습니다.
누군가 "연세를 애도합니다"라는 쪽지를 남겼고
정갈하게 향이 피워져 있었습니다.
예, 애도해야 할 것은 연세, 연세의 정신이겠지요.

제 나이 연배의 여러분들이 오셔서 둘러보시고 사진도 찍으시더군요.

사무실에 돌아왔는데 박물관 기록관 선생님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노수석 추모비 아래에서 플라스틱 상자가 나왔다고.
노수석 추모사업회에 연락하니 10주년에 묻은 타임캡슐이랍니다.

마침 현장에 이사장님이 계셨습니다.
장례식에 사용했던 만장도 들어있었는데
포크레인으로 파헤쳐 플라스틱 상자가 깨져서
흙 범벅이 되었다 하셨습니다.

이사장님께서는
파헤칠대로 다 파헤치고 원상복구가 무슨 소리냐고 하십니다.

감정을 다 적자면 한이 없어서

정확하게 오고 갔던 말이라도 남기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