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기념관에는 이한열이 쓰러졌을 때 신고 있었던 운동화 한 짝이 있습니다.
작년에 힘든 보원 과정을 거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그리고 그 과정에 최근 <L의 운동화>라는 소설로 형상화되어 출간된 바로 그 운동화이지요.
한열의 또다른 운동화는 시위 도중 누군가 주워 정리집회 때 사회자에게 건넸습니다. 주인을 찾아주라고요. 하지만 아무도 주인이라고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때 운동화의 주인은 세브란스 중환자실에 누워있었기 때문이죠. 이 운동화는 결국 분실됩니다.
그럼 지금 기념관의 운동화는 어떻게 남아있게 된 것일까요? 한열이 쓰러졌던 당시 그의 몸에서 벗겨져 나간 운동화를 주워들고 병원까지 따라간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저 학생이 퇴원할 때 신고 갈 신발이 필요할 텐데, 맨발로 가면 안 될 텐데....” 여학생이 병원까지 따라간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그 여학생은 병원에서 한열의 가족들을 만나, 비록 한쪽밖에 남지 않았지만 운동화를 건넸습니다. 그것이 지금 기념관에 남아있는 운동화입니다.
며칠 전, 기념관으로 한열의 운동화를 주웠던 그 ‘여학생’이 찾아왔습니다. 이제는 나이 50이 훌쩍 넘긴 중년이 되어. 이정희님(사진)이 그 분입니다. 연세대학교 84학번으로, 87년 당시 대학 4학년이었죠. 이정희님은 기념관 4층 전시실의 운동화 앞에 한참 머물며 진열장을 손으로 진열장을 쓰다듬고, 마음으로 87년 6월을 더듬어보다 가셨습니다. 이한열기념사업회 식구들도 작년까지 ‘한열의 운동화를 주웠던 여학생’이 누군지 모르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었습니다.
이한열이 30년의 긴 세월이 지났는데도 지금과 같이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데는 이렇게 그의 쓰러짐을 지켜보고, 그를 보이게 안 보이게 돌보았던 이들의 작은 손길 하나하나가 있었기 때문 아닐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한번 감동과 마음 따뜻해짐을 느끼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정희님. 감사합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