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문학상 심사평
김응교(시인, 숙명여대 교수)
작년보다 투고작이 늘어 반가운 마음으로 작품을 읽었다. 물론 양(量)의 문제가 아니라, 시인의 양심과 예술적 가치가 최고조로 융합되어 있는 진풍경의 질(質)이 요구된다.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다. 순간적 착상을 산문 형식으로 쓴 시들이 많다. 반면 순간적 착상의 시의 상상력으론 존재와 역사를 회고할 수 있도록 쓴 작품은 드물었다. 시는 기교로 쓰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양심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부분적으로 표절을 한 시도 있었다. 아주 짧은 투고작들이 있는데 문학상을 심사할 경우는, 투고자의 문학적 재능은 넉넉하게 보기 바라기에 조금 길이가 있는 시를 내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유념해주시면 좋겠다. 중간 맞추기로 편집해서 보내는 투고작들이 있다.
시의 형태는 무척 중요하다. 한 행이 길고 짧은 것은 모두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윤동주가 시 「십자가」에서 “처럼”을 한 행으로 두어 강조했던 사실도 기억해주시면 한다. 아무 이유없이 모든 시를 중간맞추기하는 경우 까닭이 있어야 한다.
도현지의 시는 재치있고 시 쓰는 솜씨가 보였다. 단어를 다루는 솜씨는 있으나 더 깊은 정신은 만나기 어려웠다. 작품마다 편차가 있어 아쉬웠다. 윤사이의 작품은 이야기가 있는 네러티프 포임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산문형식도 좋지만 암시성이 강한 시도 만나고 싶었다. 말라르메가 말했듯, “시란 글에서 모든 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마음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 전명은의 시도 진지하고 좋았다. 다만 평범한 일상을 평범하게 전해서는 안된다. 제목부터 낯설게 하기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현유진의 작품도 기억에 남는다.
밤과 밥을 재미있게 섞으며 힘든 노동을 그려낸 도현지의 「새벽 3시」를 우수상으로 선정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리하여 살아가는 회사원의 삶을 그린 윤사이의 「명랑한 윤대리」도 우수상으로 선정했다.
응모하신 모든 분들 더 많이 쓰시면서 탁마(琢磨)하시기를 빈다. 지난 해보다 훨씬 좋은 작품이 많았다. 내년을 기대하며 모든 투고자들에게 건필(健筆)이 넘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