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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문학상 수상작

2017년 이한열문학상 심사평 소설 부문 - 김숨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8-01-05 14:39:50 조회 :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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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심사평>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울고만 있는 너는

말해 봐,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

 

올해 응모작들 중 하나인 <Ruin his day>에서 인용한 폴 베를렌의 시 <하늘은 지붕 너머로>의 일부다. 지난해보다 부쩍 늘어난 올해 응모작들의 특징을 한 낱말로 정리하자면 자화상’. ‘의 자화상의 의 자화상이 되기 위해 보편성을 획득하기란 그런데 의외로 쉽지 않다. 나의 이야기가 곧 너의 이야기가 되기란. 울고 있는 , 울고 있는 모든 너가 되기란.

<자유로운 강철>는 어느 정도 소설의 꼴을 갖춘 작품이었지만, 당선작으로 고려하기에는 치명적이 단점이 많았다. 불안정한 문장들과 설익은 인물의 형상화, 개연성을 확보하지 못한 이야기 전개 등등. 하지만 소설이라는 기묘한 그릇 속에 자신만의 그 무엇을 담아내고 싶어 하는 욕구와 열정만은 뜨거운 작품이어서 귀하게 읽혔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듯 써내려간 <Ruin his day>는 우선 문장이 안정적이었다.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을 고백하듯 문장으로 옮기는 데 특별한 재능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툭툭 내뱉은 의식의 파편들을 하나로 모아주기에 주제가 너무 흐릿하고 단순했다. 문장들이 좀 더 철학적이고, 좀 더 문학적으로 승화되었더라면 훨씬 매력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으리란 아쉬움을 두고두고 주었다.

응모작들 중 내가 끝까지 주목한 작품은 <강물이 흘러가는 곳>. “강물이 흘러가는 곳에 한 여자가 왔고, 마치 그 여자가 부른 것처럼 곧 그 뒤를 이어 한 남자가 왔다.” 아날로그적인 공간인 을 배경으로, 남녀의 인연과 기다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작품은 한 마디로 은은한 고전미가 넘쳤다. 사랑과 기다림이라는 상투적인 주제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흥미를 갖고 이 작품을 읽은 데는, 나직이 속삭이는 듯한 문장이 큰 몫을 했다. 호수에 이는 물결처럼 작품 전체에 잔잔하게 흐르는 분위기도. 습작 시기를 꽤 성실히 걸어온 분의 작품임은 분명하다는 믿음을 주었다. 군데군데 통속적으로 읽히는 대목들은 어쩔 수 없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단편소설의 기본 요소들을 두루두루 갖추어 기꺼이 당선작으로 올린다. 당선자께는 축하를, 모든 응모자들께는 진심어린 응원을 전한다.

(김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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