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이한열장학생 학생의 글 中...
" 정치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대학에 진학함에 있어서도 정치외교과를 고집하였었습니다. 이후 학회와 학생회 활동에 참여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단과대 학생회장도 역임한 바 있습니다. 학생회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학우들이 스스로 주인되는 학생회, 학우들의 힘을 모아 앞에 놓인 부당한 문제들을 해결해낼 수 있는 그런 학생회를 만들자는 이야기는 많지만 정작 공동체와 함께하는 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학생 사회 속에서,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 학생회는 그 가운데 어떤 역할을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변화는 희망의 불씨에서 시작된다는 믿음으로 학생회장 임기를 보내기로 했었습니다. 주변의 작은 문제들에서부터 실제적 변화를 만들어내 학우들이 함께 힘을 모으면 변화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쌓아갈 수 있도록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학교를 상대로 끈질기게 싸워 고액등록금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장학금을 주기로 약속해놓고 오리발을 내밀던 학교를 향해 보름 간 3보 1배를 하며 수천 학우의 힘을 결집시켜 약속을 이행 받아냈습니다. 금년에는 지난 해 임기를 마친 뒤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거둬지고 있는 ‘대학 입학금’ 문제에 대해 학우들에게 설명하고 3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학교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한 바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입학금 폐지, 환수 운동을 전개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캠퍼스의 울타리 안 뿐 아니라 대학생이 사회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문제들에 있어서도 학우들과 함께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2011년 전국을 뜨겁게 불태웠던 반값등록금 촛불집회에 선, 후배 동기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참여하였고 2013년에는 위안부할머니 문제를 알리고 이 땅에 전쟁이 아닌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며 대학생들이 직접 준비하는 ‘평화나비 콘서트’ 고려대 서포터즈 팀에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선배들의 피로 만든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촛불 집회에 학우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막연히 ‘정치’라는 것에 관심을 갖고 정치라는 이름 안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없었던 제게 있어 대학을 다니며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했던 일들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모자란 것들을 채워나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스승이었습니다.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일들도 함께 하는 이들이 있다면 서로를 채워가며 해결해낼 수 있다는 가르침, 건조한 글과 몇 마디 말보다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따스한 가슴과 너의 일을 우리의 일로 여길 수 있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