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이한열장학생 학생의 글 中
" 사실 저는 2008년 특별한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그다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다 임용고시를 통해 선생님이 되었을지 모릅니다. 고등학교 내내 매우 보수적인 지역정서 속에서 자라왔으며, 대학에 와서도 지금 주변에서 함께 활동하는 많은 친구들과 달리 선배를 통하거나 촛불시위 등 거대한 사회적 이슈와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 제가 이 사회의 비민주성, 부조리에 강한 문제의식을 가진 것은 2008년 군대에서 있었던 하나의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2007년 여름 주변 지인들의 권유에 따라 해병대에 입대했습니다. 당시는 노무현 정부의 끝 무렵으로 군대에서의 생활은 힘들었지만 제도적인 틀은 많이 민주화(명랑화) 된 상태였습니다. 그런 군대에서의 생활은 2007년 겨울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뽑히고 많은 부분 변화되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장병들이 읽는 도서를 검열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복무를 섬에서 했던 저로서는 유일한 낙이 책을 읽는 것이었는데, 제가 읽는 책들이 '불온서적'이라는 이름으로 금지되었던 것이죠. 저는 이런 조치들이 매우 부당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수도방위사령관의 부대 방문을 앞두고 특별점검에서 제가 가지고 있던 책들이 문제가 되어 조사를 받게 되자 그런 문제의식은 극대화 되었습니다. 다행히 별다른 징계를 받지는 않았지만 조사를 받으면서(사단 조사관과 이틀간 다퉜습니다) "왜 이 국가는 생각의 자유를 제한하는가?"에 강렬한 의문을 품었습니다.
우역곡절 끝에 징계를 피했지만 이미 사회적 문제의식이 생긴 저에게 휴가 중 목격한 광화문 촛불시위는 또 다른 '터닝포인트'였습니다. 저는 깨달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단순히 제도적으로 이루어졌다 해서 다가 아니며,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대해 새롭게 고민해야 할 시기구나." 그 만큼 당시 촛불은 저에게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비록 당시 제가 군인의 신분이었기에 촛불시위에 참여할 순 없었으나 저는 그렇게 사회 모순, 새로운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으로 조금씩 깨어나고 있었습니다.
전역이후 저는 '정당을 통해, 정치를 통해 민주주의를 새롭게 정의하겠다' 다짐했습니다. 휴가 중 읽은 서적(사회민주주의란 무엇인가)을 통해 이제는 운동을 넘어 정치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 특히 보수적 색채가 매우 강한 이 사회에서 진보적인 담론과 가치가 확산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가 정착될 거라 믿음이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