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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글

별처럼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세상사 중에서 우리는 잊어서는 결코 안 될 것으로,
사랑해야 할 대상으로, 소중한 것으로, 먼저 이룩해야 될 과제로 이한열의 삶, 이한열의 추억, 이한열의 투쟁정신, 이한열로 인해 모아진 온겨레의 민주 자주 통일 의지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추모문집은 그러한 이한열 열사에 대한 추억과 사랑, 그리고 그의 삶과 투쟁정신을 기리기 위해 기획 발간되는 것입니다.
이 작은 책자를 높이 들어 삼가 열사의 명복을 다시 빌며, 조국의 민주와 자유, 그리고 자주와 통일 염원하여 싸우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바칩니다.

1988년 11월 20일 이한열추모사업회 부이사장/출판위원장 김학민

돌아온 무등의 아들 -고 이한열열사 영전에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 2017-05-31 11:02:28 조회 : 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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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무등의 아들
-고 이한열열사 영전에

 


문 병 란


햇빛도 열워 떠는
피노을진 무진벌
무언으로 개선하는
자유의 깃발이여!
그대는 장한 연세인,
위대한 광주의 아들이다.
온누리 전해진 비보,
어버이는 실신했고
친구들은 울분했고
어른들은 정말 부끄러웠다
어지러운 이 나라
그렇듯 젊음은 뜨거웠는데
누가 그대를 죽였는가?
하늘로 날아 오르고 싶은
그대는 싱그런 자유의 표상
하늘도 무심한 그날
독재의 표상인 최루탄 직격탄이
그대의 순정을 산산히 부쉈다
온누리 경악한 백주의 살해
밝은 태양 아래


악마는 잔혹한 웃음 이죽이며
인간이 인간을 배반하는
잔혹한 살인을 명하였구나
한열이를 살려내라!
한열이를 살려내라!
온누리 메아리친 절규,
마침내 우리는 일어섰다
박종철, 이어서 이한열,
그대들은 말없이 누워 호령했었다
호헌철폐 독재타도

 

35만발의 최루탄과 맞싸운
처절한 20일의 항전 속에
마침내 우리들은 승리하였다!
보는가 듣는가 생각하는가?
저 밀려오는 20만 30만
금남로의 도도한
역사의 물결
그래도 민주화의 외침은
극소수의 불순인가!
아직도 광주는 겨울이고
금남로의 5월은 눈물인가?
우리의 가슴에 총을 겨누었던 적,
오늘은 웃음으로 흥정을 벌이는데
거짓 조화 속에
민주의 연극은 진행되는데
속지 마라! 속지 마라!
그대는 아직도 외치고 있구나
이대로는 안된다!
이대로는 안된다!
그대는 절절히 절규하고 있구나


35만발의 최루탄을 이겨낸
그대의 장렬한 죽음.
수많은 자유의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오늘 다시
무등산 밑
그날의 금남로에 와서
잠든 가로수 잎을 일깨우고
80만개의 뜨거운 아우성으로
그날의 핏빛 홍장미를 피워낸다


듣는가 보는가 생각하는가?
저 파도치는
금남로
충장로
도청앞 분수대

 

자유의 광장에 모인
물결쳐 일렁이는 인파․인파․인파
제 발로 걸어와
저절로 찬란한 꽃밭이 된
1980년 그날의 감격, 그날의 눈물,
누가 저 찬란한 꽃밭을 짓이길 수 있는가?
누가 저 고운 가슴들에 총을 겨눌 수 있는가?
안된다! 안된다! 더는 안된다
죽어서도 절절히 외치는 소리
쏘지마! 쏘지마!
4천만의 합창으로 외치는 소리
내 죽음을 마지막으로 하여달라!
내 죽음을 마지막으로 하여달라!
그대는 간곡히 당부하고 있구나
고개 숙이고


가슴에 손을 얹고
이기와 욕망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 눈을 감자
최루탄보다 더 무서운 아집
포탄보다 더 잔혹한 권력욕
한열이를 무엇이 죽였는가?
한열이는 누가 죽였는가?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다
천하는 천하지천하
이 땅의 주인은 민중이다
누가 민중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누가 민중의 손발에 쇠고랑을 채울 수 있는가?
그대 살아서 올라갔던 호남선
오늘은 비록 죽어서 말없이 왔지만
그러나, 그대는 이겼다
죽어서 이긴 승리의 깃발이다
무등산도 울고 분수대도 울고
그날의 금남로 죽음의 아우성 낭자
그날의 도청앞 상무관.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그러나 그대는 이겨서 왔다
형님들 곁에 누나들 곁에 돌아온
장한 우리들의 아들,
그대는 끝끝내 이겨서 왔다
5월의 피를 헛되이 하지 말자던
그날의 결의, 그날의 절규,
민주의 만장에 고이 싸담고
망월동 형들의 곁으로 가는 귀향,
무진벌이 흐느낀다
황토현 칼빛 속에


피젖은 동학군의 발바닥이 울고 있다
그날의 금남로, 그날의 분수대
총구멍난 시민군의 가슴이 절규한다
더는 안된다, 더는 안된다!
저리 미치게, 저리 섦게
망월동 산자락에서 우는 자유의 새,
그는 외친다, 그는 절규한다
독재는 가라! 불의를 가라!
빛고을의 아름다운 노래만 남고
너와 나의 뜨거운 가슴, 사랑만 남고
민주여 자유여, 오직 오롯한 진실만 남고
악몽이여 가라! 최루탄이여 가라!


천하의 봄은 오고야 마는 것
태양을 거꾸로 돌릴 수 없고
불어오는 자유의 남풍 앞에
어찌 산골의 얼음이
끝끝내 봄을 막을 수 있는가?
한열이는 돌아왔다
무등산 한을 풀고
광주의 한을 풀고
승리의 깃발이 되어 자유의 새가 되어
찬란한 빛고을의 노래가 되어
그날의 위대한 무등산 밑으로
한줄기 빛이 되어 돌아왔다

 

한열이를 살려내라던 구호
민주주의를 살려내고
4천만개의 슬픔을 대신 죽어
80만개의 눈물을 대신 죽어
빛나는 노래로 되돌아왔다


죽어서 영원히 사는 자유의 새
천군만마를 물리친 위력으로
그는 외친다! 그는 절규한다!
“최루탄이여 독재여
나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하여 달라
나의 죽음을 우는 이 눈물을
마지막 흘리게 하라!
어버이 형제 사랑하는 벗들
모든 동포의 가슴 속에
더는 피눈물을 흘리게 하지 말라”


듣는가 보는가 생각하는가?
죽어서도 외치는 저 소리
죽어서도 당부하는 저 소리
한열이는 외친다 한열이는 절규한다
민주주의 만세! 위대한 광주 만세
살아서 올라간 천리길
죽어서 관속에 누워 왔어도
그대는 살아있는 우리 형제
얼싸안고 볼 부비며
한열아 한열아 목메어 부르며
우리는 다짐한다 맹세한다
광주에서 시작했던 민주주의의 싸움
광주에서 끝내리라, 그대 죽음으로
광주에서 이룩하리라
오 빛고을의 위대한 아들이여!
망월동 별빛 속에
영원한 안식 있으라
자유의 품안에 고이고이 잠드시라.

 

1987.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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